'공격 앞으로' 이정효 감독 "현실과 타협 없다...용기 있게 도전할 것" [오!쎈 제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2.08 11: 06

무대는 바뀌었지만, 광주 축구는 바뀌지 않는다. 이정효(48) 광주 감독이 K리그1에서도 용기 있게 도전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정효 감독은 8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5차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동계훈련은 선수들과 열심히 잘했다. 생각보다는 준비가 잘 안 되고 있지만,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있어서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라며 시즌 준비 과정을 밝혔다.
다음은 이정효 감독과 일문일답.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지난 시즌 손쉽게 승격을 했다. 도전자 입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광주 시민분들이나 광주시에서도 우리가 손쉽게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아쉽다. 선수들과 피와 땀, 눈물로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선수들이 가진 전부를 뽑아내서 올라왔는데 그런 부분이 좀 퇴색된 것 같아서 아쉽다. 다시 한번 우리 선수들의 피와 노력으로 올라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연히 2부와 1부는 다르다. 그러나 광주가 갈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앞으로도 어떤 팀을 맡더라도 내 색깔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올해에도 K리그2에서 보여줬던 공격적인 축구를 할 것이다. 1골을 넣으면 2골을 넣기 위해, 2골을 넣으면 3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겠다. 광주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내 색깔이다.
▲ 올 시즌 축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선수들에게 용기 있게 도전하자고 이야기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용기 있게 도전할 것이다.
▲ 훈련이 생각보다 잘 안 된다고 했는데?
선수들 의욕은 굉장히 좋고 몸 컨디션도 괜찮다. 다만 어려운 숙제를 내줬는데, 생각보다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잘못이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오늘부터 경기를 하는데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
전술적인 이야기다. 정확히 얘기드릴 수는 없지만,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공격, 한 팀은 수비를 맡는다. 선수들이 적응을 좀 했다 싶으면 또 공수를 바꾼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 과거 코치 시절 강등을 겪으며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지금 돌아보면 남기일 감독님과 두 번 승격을 했다. 승격한 후에 지키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1부에서도 지킬 생각은 없다. 공격적으로 나가겠다. 선수들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킬 생각은 없다. 그런 점이 달라졌다.
▲ 무모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되묻고 싶다. 전북, 울산, 제주, 수원삼성, 서울 같은 팀과 경기할 때 지키다가 결과가 나쁘면 더 억울하다. 용기 있게 도전하다가 실패를 맛보면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색깔과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항상 선수들에게 '나는 어떻게 할 거다. 나는 공격하고 싶은데 너희들이 지키려 하면 내가 뭐가 되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너희에게 먼저 이야기한다'라고 말한다.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스쿼드 운영 계획.
다행히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들을 영입했고, 지키려 했던 선수들을 지켰다. 구상하는 멤버는 24명, 25명 정도는 로테이션 가동 가능.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두 명 정도 더 들어와야 할 것. 여름에 여유가 생길 것. 또 과감하게 다른 시도나 교체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기자단에게 커피를 쐈다. 선수들에게도 잘 대해주는지?
운동장에서 두 시간 정도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 이외에는 동네 형처럼 농담도 많이 하고 잘 지낸다. 선수들도 운동장 안에서와 밖에서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게 맞다. 프로 선수답게 운동장 안에서는 자기 할 일을 하고 밖에서는 자유롭게 하도록 둔다. 물론 언제나 프로 선수답게 행동하라고 말한다. 그 안에 많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지낸다.
▲ 작년 미디어데이 때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아이러니하다. 웃기더라. 첫 미디어데이 때는 '개무시'당하는 기분이라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기대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은 생각 안하고 '듣도 못한 감독', '초짜 감독'이라면서 팀 자체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
이번에는 또 강등을 걱정하면서 시험대라고 얘기하더라. 우리나라는 정서상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나는 선수들을 많이 칭찬한다. 압박할 때도 많지만, 잘할 때는 잘한다고 이야기한다. 잘하면 잘한다고 하면 되는데 시기하고 안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한다.
▲ 힘든 상황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칠 생각인지?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 팀에 어린 선수들,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앞으로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보내려면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 올 시즌 목표?
팀 미팅하면서 팀 목표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너무 무모하게 자신감 있지 않느냐는 말이 있더라. 내가 자신감 있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우승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동계훈련을 하면서 또 성장했다. 선수들이 달라지는 모습에 매일매일이 즐겁다. 
만족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다그치고 압박하고 있다. 얼마나 높은 곳으로 갈지, 얼마나 더 잘할지 나도 기대된다.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몸소 느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 목표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올림픽, 국가대표에 많이 뽑히는 것이다. K리그1 목표는 선수들과 공유하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김종우가 포항으로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다던데.
많이 아쉽다. 작년에 많이 힘들었지만, 올해 동계훈련 시작 전에 많이 이야기했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종우가 상당히 좋아졌다. 자기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깨닫고 변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좋은 선수다. 그러니까 다른 구단에서 많은 이적료를 데려갔다. 빈자리는 클 것이지만, 광주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대체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 좌우명이 있는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도 올려뒀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의 수적척선, 많이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뜻의 이청득심, 누가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다른 이들에게 베풀면 결국은 제게 돌아온다는 뜻의 음덕양보다. 이 세가지를 많이 생각하고 되새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 감독님만 양복을 입고 오셨다. 남다른 각오를 보여주는 마음?
저는 계속 잘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서울대 학생은 서울대 나온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아쉽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가르치면 된다. 저도 마찬가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큰 꿈이 있다. 항상 선수들에게도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이 없으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 저도 편하게 입으면 된다. 하지만 편하다 보면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 1부에서 자리 잡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광주 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환경 자체가 문제다. 훈련할 수 있는 훈련장이 별로 없다. 항상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2시간 이상 쓸 수도 없다. 운동하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그런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 마련이 시급하다. 다행히도 구단주이신 강기정 시장님께서 운동장을 크게 만들어주신다. 그런 부분이 하나씩 개선된다면, 광주가 K리그1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려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 많이 노력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