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영건' 향한 환상이 걷혔다…우물 밖은 냉혹했고 인정사정 없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1 16: 00

‘우물 밖’의 세상은 냉혹했다. 보호막은 없었고 인정사정없었다.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한국의 ‘20대 영건’들을 향한 환상이 걷히자 허상과 민낯을 재확인했다.
한국 야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서 냉정한 현실을 확인했다. 한국은 호주에게 7-8로 패했고 숙적 일본에는 4-13으로 대패당했다. 2경기에서 한국 마운드는 21실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11.12(17이닝 21자책점)에 달한다. 10볼넷 17탈삼진 WHIP 1.94의 마운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마운드가 붕괴된 한국에 남은 8강 진출 방법은 남은 체코와 중국전에서 최소 실점과 대량 득점으로 승리한 뒤 체코가 호주와 난타전을 펼치면서 승리하는 것이다. 희박한 경우의 수 확률을 바라봐야 한다. 

9회 대표팀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당장 탈락도 문제지만 KBO리그 구단들과 팬들이 아끼고 보호하고 칭송했던 유망주들은 세계무대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극히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했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은 호주 타자들을 상대로도 쩔쩔맸고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패기있게 맞불을 놓아야 했던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는 주눅 들면서 자신의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 15명의 평균 나이는 27.1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24.6세), 2000년 시드니 올림픽(26.3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젊은 투수진으로 꾸려졌다. 15명의 투수진 가운데 20대 선수들은 무려 10명이었다. 대표팀의 주축이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었다. 박세웅(28), 구창모(26), 정우영(24), 정철원(24), 고우석(25), 원태인(23), 김윤식(23), 곽빈(24), 소형준(22), 이의리(21)는 모두 현재 리그 내에서 가장 주목 받고 팀을 이끌어가는 투수들이었다. 
혹자들은 대표팀의 세대교체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신구조화가 이루어지면서 세대교체까지 감안한 대표팀이라고 평가받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20대 영건들이 모두 포함됐기에 이들의 패기에 기대를 걸었다. 이번 대회가 향후 한국 야구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의 20대 영건들에게 기대했던 패기를 찾기 힘들었다. KBO리그 내에서 보여줬던 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 3월이라서 컨디션이 덜 올라왔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모든 국가에 해당하는 얘기였다. 일본의 투수들은 이미 정규시즌의 컨디션으로 공을 뿌렸다. 
국내에서 이들은 최고라고 칭송했다. ‘미래’라는 이유로 울타리 뒤에 숨고 보호 받았다. 하지만 울타리가 치워지고 우물 밖으로 나오게 된 20대 영건들은 환상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게 됐고 이들의 활약이 국내에만 국한된 허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일본과 아마추어 인프라 자체가 ‘넘사벽’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대표팀이라는 최상위 레벨에서는 격차 없이 ‘5대5’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한국이었지만 이제는 최상위 레벨의 격차도 상당히 벌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이 여전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김광현과 2010년대 에이스인 양현종에게 의지하는 동안 이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2008년 베이징 멤버 중 다르빗슈 유가 있지만 다르빗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선수층이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토고 쇼헤이, 이마나가 쇼타 등 새로운 멤버들이 일본 투수진을 책임지고 있다. 
선수들이 젊어졌다고 무작정 세대교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환상이 걷히고 맞이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20대 영건들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이 배움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도 이제는 짐작할 수 있다.
6회말 무사 만루에서 한국 김윤식이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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