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변방'에게 주어진 3년…자존심 챙기기보단 우물 밖 체험이 더 중요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4 20: 30

한국 야구는 이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그리고 세계와는 점점 멀어졌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부정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세계라는 이름 앞에서 평등하고 우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 야구는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하고 발전해야 한다.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 노메달, 2013, 2017 대회에 이어 올해 대회까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수모와 치욕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을 우리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호주는 쉽게 덤벼들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호주는 한국을 꺾고 1라운드를 통과해 8강 이상을 노리고 있다. ‘숙적’ 일본과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09년 WBC 멤버였던 김광현과 다르빗슈가 공교롭게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일본에는 다르빗슈를 뒷받침하고 또 능가할만한 투수들이 즐비했고 한국은 오로지 김광현만 바라봐야 했고 미래라고 여겼던 투수들은 일본의 아우라 앞에 기를 펴지 못했다. 진정한 야구 변방인 체코를 상대로도 쉽게 압도하지 못했다. 중국에 22-2라는 화풀이 5회 콜드게임만 했을 뿐이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4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가졌다.경기 종료 후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3.13 /spjj@osen.co.kr

모두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외쳤고 국제대회 선전을 다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체코가 참가했던 지난해 최종예선부터 각종 평가전까지, 전력분석팀이 일찌감치 예상 상대들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기대 이상’, ‘만만치 않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평가가 전달됐지만 선수들은 직접 맞딱드리기 전까지는 전력을 체감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막상 이들과 상대하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는 “저를 비롯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참가했지만, 세계 많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는 대회였다”라고 말했다. 김하성 역시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야구는 누가 이길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선수들은 저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어12보다 호주는 더 짜임새 있고 준비를 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투수들은 또 좋은 공을 갖고 있어서 좋은 투수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원태인 역시 “솔직히 벽을 많이 느꼈다. 리그에서 좋은대우를 받으면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3회 연속 탈락은 변명할 수없다. 정말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한국에 돌아가서 마인드를 다 바꿔야 할 것 같다”라며 “호주는 예정이면 당연히 이기겠지 생각했지만 저희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모든 선수들이 느꼈고 모든 관계자들이 지켜봤다. 한국은 더 이상 우물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이제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선수들의 현실적인 실력을 고려하면 해외 진출이 힘들 수도 있다. 당장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을 제외하면 해외 무대를 노크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9회 한국 대표팀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그럼에도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선진 야구를 경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형성되는 몸값을 생각하면, 더 이상 선수들에게 도전 의식을 요구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선수들이 도전하지 않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공통된 문제 의식 속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해야 한다.
개인에게 요구를 할 수 없다면 기관, 단체가 주도하면 된다. 정기적인 대표팀 평가전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은 세계 경쟁력 유지를 위해 메이저리그 올스타들과 경기를 펼치기도 했고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대만, 호주, 쿠바 등 다양한 나라의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치면서 국가대표팀의 정체성과 국제대회에 대한 감각을 유지했다. 
물론 경기를 위한 선수 수급과 구단들의 동의, 대회 개최를 위한 스폰서십 유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때이지 않을까. 더 이상 우리들의 자존심만 챙기기에는 위상이 떨어졌다.
이제 한국은 세계 야구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발전은 물론 현상 유지도 힘들다. 올해 당장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가 있다. 이를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야구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됐고 프리미어12 대회는 폐지 수준이다. 변화를 확인할 시간은 3년 뒤에 열릴 2026 WBC다. 3년 뒤 새로운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물 밖으로 나가는 선택은 이제 필수라고 봐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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