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들이 높인 평균의 함정...우리는 오타니-사사키를 바라지도 않는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6 05: 00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를 비교할 때 저변과 인프라, 선수층은 일본이 한국을 월등하게 앞서지만 최상위 레벨의 선수들이 맞붙는 경우에는 일본과 한국이 엇비슷하게 싸울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실제로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고 메이저리거들까지 합류했던 대표팀 레벨 경기에서 한일전은 팽팽했고 엎치락뒤치락 명승부를 연출했다. 양국 모두 진심을 다했고 한 끗 차이로 승부가 갈리곤 했다. 
올림픽(2000, 2008, 2021), WBC(2006, 2009, 2023), WBSC 프리미어12(2015, 2019) 등 양국 모두 프로 정예 멤버들을 소집했던 3개 대회 기준으로 한일전은 18차례 열렸고 9승9패로 정확히 5할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이대호의 역전타가 터지며 4-3으로 극적으로 승리한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이후 한국은 내리 4연패를 당하고 있다. 
만 23세 이하,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참가했던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2연패까지 포함하면 6연패 중이다. 지난 10일 열린 WBC 1라운드 4-13 무기력한 참패는 이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최정상 레벨에서도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대회였다. 

한국 이정후가 패배를 아쉬워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사실 한국은 그동안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정상급 선수들 간의 격차는 일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평균을 뛰어넘어 타고난 재능을 가진 특출난 ‘아웃라이어’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이종범, 이승엽, 구대성 등이 참가했던 2006년 WBC는 한국야구 역사를 흔든 선수 대다수가 모인 역대 최고의 ‘드림팀’이었고 이런 멤버가 다시 모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이후 ‘1982년’ 황금세대들인 이대호, 오승환, 정근우, 김태균, 추신수와 당시 1986~1988년생 특급 유망주들이었던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김현수 등이 함께 어우러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WBC도 한국 야구에 다시 오지 않을 절정의 시기였다. 이 시기 한일전에서 한국은 6승4패로 일본을 앞섰다.
그러나 한국의 특급 재능들이 모두 은퇴를 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평균’은 확 떨어졌다. 그동안 우리는 ‘아웃라이어’들이 확 높여 놓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 살았던 것이다. 
한국은 선수층이 점점 부족해졌고 내수 시장에 만족하며 지내오면서 세계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몰랐다 . 일본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세계 야구 변방에 있던 나라들은 야구의 세계화를 기치로 한 메이저리그 인터네셔널의 지원 속에서 꾸준히 우상향 했다. 한국만 그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애써 외면했던 현실을 받아들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번 WBC 대회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4회초 일본 이마나가가 역투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든다는 정부 지침 아래 선수들의 훈련량은 부족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는 줄었다. 수업시수 충족을 위해 책상 앞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아마추어 지도자들은 여전히 ‘승리’에 목을 메면서 기본기 보다는 승리를 위한 공식을 주입시키기도 했한다. 훈련량 부족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훈련의 방향성도 기본기보다 다른 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성적만으로 지도자들을 평가하는 풍토, 열악한 처우 등도 근본적인 문제다.
일본도 물론 ‘아웃라이어’들이 존재한다. 투타겸업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왜소한 체구에서도 164km의 강속구를 손쉽게 뿌리는 사사키 로키 등은 일본 내에서도 특출난 재능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150km를 손쉽게 뿌리는 선수들이 곳곳에 있다.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는다.
이번 한일전에서도 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는 3이닝 3실점으로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지만 두 번째 투수인 좌완 이마나가 쇼타의 150km 초중반대의 묵직한 패스트볼에 눌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마나가 같은 투수가 ‘아웃라이어급’ 재능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한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이 바라는 것은 오타니도 사사키도 아니다. 이마나가 같은 투수만 나오더라도 경쟁력을 확 끌어올릴 수 다. 하지만 이 정도의 투수가 등장하고 육성시킬 수 있을지도 현재 한국 실정에서는 의문이다. 한국 타자들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최상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정후 역시도 “처음 보는 공들을 쳤다”라면서 일본과의 격차에 좌절했다.
착각과 환상에서 이제는 깨어났다. 이를 자각하고 반성하고 얼마나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야구는 과연 뼈를 깎는 변화와 함께 한 걸음 더 나아질 수 있을까. 2보 전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후퇴를 더 해야 할까.
식전행사가 벌어지고 있다.2023.03.15/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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