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르지만 벌써 궁금해진다. 백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지난 1년간 방영 및 상영 또는 공연된 TV, 영화, 예능, 연극부문의 제작진과 출연자에게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예술상이다. 최근 방송국과 OTT 등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작품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그만큼 웰메이드 수작들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TV부문 여자최우수 연기상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외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송혜교의 열연에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에서 학창 시절 끔찍한 학폭을 겪은 뒤, 온 생을 걸어 박연진(임지연 분) 무리에게 치밀한 복수를 가하는 문동은 역을 맡았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익숙한 '멜로 장인'이 아닌 처절하고 비참한 피해자로 변신해 첫 19금 장르물에 도전했다.
그동안 쌓인 연기 갈증을 제대로 풀어내면서, 스스로 "찢었다"라는 칭찬이 민망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학교에 찾아온 연진을 향해 "나의 체육관에 온 걸 환영해 연진아"라고 웃는 모습부터 "파이팅, 박연진! 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 변해서 그대로여서 고마워"라며 오열하는 장면까지 문동은의 대사가 유행어가 된 배경에는 송혜교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혜교와 박은빈 모두 연기 경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은데, 신작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드러내며 극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누가 상을 받아도 아깝지 않다.
백상은 공동 수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현재로선 두 사람 모두 받는다고 해도 납득이 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또한 '더 글로리'와 '우영우'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박은빈이 연기한 우영우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큰 관심이 생겼고, 문동은의 피해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학폭에 대한 경종을 다시 한번 울리는 계기가 됐다.
오는 5월 백상 시상식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구의 품에 트로피가 안길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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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드라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