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만 힘든 것 아니다…축구협회 ‘안덕수 사태’ 벌써 잊었나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3.30 04: 59

곪았던 상처가 결국 터졌다. 대표팀에서 힘든 것은 김민재(27, 나폴리) 혼자만이 아니다.
김민재는 29일 우루과이전에서 1-2로 패한 뒤 믹스트존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힘들다. 멘탈 쪽으로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다. 당분간 소속팀에서만 집중할 생각”이라 밝혔다. 그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으로 논란이 뜨거웠다.
사태가 커지자 김민재는 30일 이탈리아 출국을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마냥 재미있게만 했던 대표팀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며 대표팀에서 은퇴할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민재가 단순히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체력적인 힘듦과 국가대표로서 심리적 부담감만 토로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진통이 있었다. 16강 진출의 영광에 가려 희생했던 선수들의 상처가 결국 곪아서 터졌다. 김민재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월드컵 직후부터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지지했던 파울루 벤투 전임 대표팀감독은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갈등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지만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의견수렴과 절차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과 함께 축구협회 조직도 내부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많은 인물들이 새로 가세했고, 생소한 보직을 맡은 인원도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대표팀 내부의 문제는 다시 잊혀지고 있다.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안덕수 트레이너 사건’이다. 손흥민의 개인트레이너로 알려진 안덕수 트레이너는 월드컵 기간 선수들과 같은 호텔에 사설 치료실을 열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김민재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선수들이 사설 트레이너의 치료를 선호하며 기존 협회 트레이너들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월드컵 기간 중 의무 트레이너 팀장이 치료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안덕수 트레이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축구협회 내부문제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연락을 기다리겠다던 그는 월드컵 후 잠적했다. 손흥민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지난 1월 축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선수들이 안 씨의 의무스태프 참가를 원해 안 씨에게 지원해달라고 했으나 정식지원을 하지 않았다. 요건에 맞는 자격증도 없었다. 손흥민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가 있다면 외부 트레이너에게 치료받는 것을 허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월드컵 기간 중 선수들과 협회 스태프들의 의견충돌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일부 선수들이 축구협회 스태프보다 외부 인원을 더 신뢰하는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고민해야 했던 것이다.
축구협회의 일방통행은 다시 한 번 문제가 됐다. 축구협회는 29일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로 제명되거나 징계를 받은 전·현직 축구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월드컵 16강만 가면 승부조작을 해도 되냐?”며 격분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선수들의 고통과 희생을 결과지상주의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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