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감독-이호재, FA컵 父子 맞대결..."로테이션 부탁해요" vs "생각도 마라"[안산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5.21 08: 24

아버지 이기형(49) 성남FC 감독과 아들 이호재(23, 포항스틸러스)가 적으로 만난다. 살살 해달라는 아들의 농담에 아버지가 내놓은 대답은 꿈도 꾸지 말라는 으름장이었다.
성남FC는 20일 오후 4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14라운드에서 안산그리너스를 3-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성남은 5경기 무패(2승 3무)를 질주했다. 순위는 아직 중위권(6위)이지만, 갈수록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
이기형 감독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1라운드 로빈이 끝나고 난 뒤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득점은 만족스럽지만, 실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보니 더 높은 순위에 가지 못했고, 선수들도 동의했다. 수비진과 골키퍼에게 집중력을 요구했는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줘서 고맙다.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특히 중원에서 권순형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사진] 이기형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외국인 공격수 듀오가 펄펄 날았다. 크리스가 멀티골을 터트리며 오랜만에 골 맛을 봤고, 데닐손도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성남이 터트린 3골 모두 두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기형 감독은 "크리스가 외국인 선수로서 득점을 못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압박감 때문에 무리한 플레이를 하곤 했다. 절대 그렇게 하지 말고 동료들을 믿고 연결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편하게 뛰라고 했다. 아직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굉장히 많이 개선된 것 같다. 득점도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앞으로도 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데닐손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기형 감독은 "팀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하고 의욕이 가장 강한 선수다.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훈련 때마다 제일 열심히 한다. 세밀한 컨트롤이나 연계가 민첩하지 못할 때도 있어서 웨이트도 조절하고 그런 부분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누구보다도 잘 받아들이고 의욕이 넘친다. 그 덕분에 오늘 같은 골도 나온 것 같다. 동료들도 잘 도와주고 있기에 경기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사진] 이호재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성남은 기분 좋은 승리를 뒤로 한 채 주중 포항과 FA컵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포항은 이기형 감독의 아들 이호재가 속한 팀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외나무다리 토너먼트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 셈.
이기형 감독은 이호재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아들하고 얘기를 했다. '로테이션을 좀 해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 이제 오늘 경기가 끝났으니 선수들과 의견을 나누고, 코칭스태프와 이야기 나눠서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이호재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성남 역시 로테이션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포항전 이후 만나는 상대가 바로 리그 2위 FC안양이기 때문.
이기형 감독도 "그다음 경기가 또 안양전이다. 깊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아들에게 (로테이션은) 생각지도 말라고 얘기했는데, 안양전을 대비하다 보면 그런 부분도 필요할 것 같다. 고민을 좀 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