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동상이몽2', 출산하면 '슈돌' [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5.21 16: 20

수많은 연예인들이 결혼을 하면 ‘동상이몽2’에 나오고, 출산을 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로 들어간다. 각각 2017년, 2013년부터 시작해 전성기를 거쳐 어느 덧 6주년, 10주년이 됐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해볼 수 있는 기념비적 수치다.
‘동상이몽2’와 ‘슈돌’에 방송인 혹은 연예인 부부가 나오는 것은 언젠가부터 당연한 수순으로 굳어졌다. 자신들의 일상을 연출적 요소를 거쳐 공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면 ‘동상이몽’에 출연해서 만남부터 연애, 결혼까지 풀 스토리를 밝힌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커플일수록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적절하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팀은 300회 맞이 특집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에 2015년부터 8년간 교제해 온 세븐, 이다해 커플을 불러들였다. 두 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예식 현장을 ‘동상이몽2’ 팀에 독점 공개할 작정이었다고 한다. 예고편을 통해 이다해는 “이 결혼 맞나? 이런 생각까지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시청자 관심 끌기에 나섰다.

또한 2~3세 아이를 키우는 스타들은 ‘슈돌’을 통해 독박 육아기를 재미있게 전하며 높은 인기와 광고료까지 추가로 획득하고 있다. 이는 “사생활이라 공개 불가”라고 외치는 연예계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선택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생활이라 하면 말 그대로 개인이 사적으로 가지는 시간과 공간을 말하는데, 이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는 절대 공개할 수 없는 것이다. 제작진의 설득을 통해 출연을 결정하는데 일부 연예인들은 돈벌이를 위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라는 허울뿐인 약속을 한 뒤, 한시적으로 사생활을 공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높은 관심을 보이면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슈돌’은 최고 전성기 이후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결정이 힘든 어린 아이의 인격권을 지켜주기 위해 동반 출연은 절대 하기 힘들다는 연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마인드를 갖고 온 가족이 방송 출연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귀족 육아기로 비춰져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광고 및 협찬으로 등장하는 값비싼 유모차, 장난감, 각종 아이 물품 등이 보통 부모들의 수입으로는 살 수 없는 고가인 데다, 장비를 갖추고 캠핑을 떠나는 모습도 굉장히 이질적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들의 2세가 방송에 출연한 이후 다수의 CF 모델로 캐스팅되고, 프로그램을 되레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일부 학부모 시청자들이 ‘슈돌’에 갖는 부정적인 시각은 지속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Z세대가 문화 소비의 주류로 등장해 상대적 박탈감도 아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연애는커녕 결혼, 출산을 하지 않는 세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현 시대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예능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은 인간이 누리고 마땅히 축복받아야 할 경사스러운 일이며 누군가의 편견과 잣대를 통해 행불행을 결정지을 수 없다. 결혼과 육아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굳이 시청자들에게 만들어진 행복을 전시할 자랑거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육아 예능 자체가 이제는 판타지의 영역이 돼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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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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