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사과해!" 발렌시아, 비니시우스·안첼로티 비판...적반하장도 유분수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5.23 16: 03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발렌시아가 인종차별 피해를 겪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 레알 마드리드)와 카를로 안첼로티(64) 감독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 CF와 맞대결에서 0-1로 패배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 차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발렌시아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비니시우스를 원숭이라 부르며 모욕했고, 몇몇 팬들은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이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경기 중에도 계속됐다.

[사진] 발렌시아 대변인 하비에르 솔리스 / 발렌시아 구단 홈페이지.

[사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다. 경쟁자들은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연맹도 마찬가지다"라며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매주 일어나는 이 일에 스스로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난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첼로티 감독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축구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훨씬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라리가는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전체가 미쳤다. 나는 경기장 전체가 '원숭이'이라고 외치는 인종차별을 본 적이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렌시아도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발렌시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종차별 행위를 규탄하며 모든 녹음을 분석하는 등 사건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과 협조해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른 팬을 찾고 있다.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가능한 한 최대 징계를 내리고, 평생 경기장에서 추방하겠다"라며 경기장 영구 출입 금지를 선언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발렌시아 구단 이사이자 대변인인 하비에르 솔리스는 안첼로티 감독과 비니시우스를 지적하고 나섰다. 심지어 사과까지 요구했다.
솔리스는 "메스타야 관중 모두를 인종차별자로 매도한 안첼로티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됐다. 구단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모두 부인한다"라며 "어쩌면 언어적 실수가 낳은 결과일 수 있다. 그가 다른 단어를 듣고 착각했음에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발렌시아 팬을 인종차별자라 부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안첼로티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발언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사과해야 할 것이다. 나도 인종차별적 모욕을 비난한다. 마찬가지로 안첼로티는 본인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 사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솔리스는 비니시우스의 제스처도 지적했다. 당시 그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리꽂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이는 발렌시아의 '2부 강등'을 기원하는 조롱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솔리스는 "우리는 아직 레알 마드리드 측과 아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문제에서도 품위를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잘못된 발언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마찬가지로 비니시우스는 그가 그런 제스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받게 될 것이다. 불쾌했다. 경기장 전체를 2부로 보내버린 선수가 비난받지 않을 순 없다"라고 화를 냈다.
[사진] 원숭이라고 외치는 발렌시아 팬들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소셜 미디어.
하지만 비니시우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그를 모욕한 팬은 한둘이 아니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수많은 팬들이 그를 향해 원숭이라고 떼창했다. 결코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었다.
물론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를 조롱한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발렌시아가 그에게 책임을 물을 자격이 있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경기장 전체에 인종차별적 발언이 울려 퍼진 순간 발렌시아는 부정할 수 없는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