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소통수단? 태연→아이유..소속사 잡는 '트럭 시위'[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7.11 17: 00

 게임업계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트럭시위가 연예계에도 팬들의 주요 항의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홍보의 목적으로나 사용됐던 트럭에 항의 문구를 띄운 전광판 및 현수막을 달고 소속사 사옥 앞에 보내는 '비대면 시위'가 팬덤 내에 성행하기 시작한 것.
지난 5일,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SNS를 통해 "당사는 최근 태연과 관련해 팬분들께서 보내주시는 여러 의견을 확인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콘서트 및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팬분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내주신 의견을 수렴 및 반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팬 여러분의 애정 어린 질책과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향후 펼칠 태연의 음악 및 다양한 활동을 더욱 면밀히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SM 측의 입장 표명은 소녀시대 태연 팬들의 트럭시위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태연의 팬 연합은 'The Odd Love' 아시아 투어와 관련해 ▲남은 투어 기간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전달 및 관리 ▲아시아 투어에 대한 성의있는 프로모션 진행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SM 사옥으로 "태연 내려치기 그만", "태연 차별대우 그만" 등의 문구와 구체적인 항의 내용을 담은 트럭을 보냈고, SM 측은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더욱 면밀히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SM은 태연 외에도 샤이니, 엑소 팬덤 등으로부터 '트럭시위'에 시달렸던 바 있다. 특히 샤이니 팬덤은 15주년 팬미팅 진행 장소가 단차가 없어 시야 제한이 우려되며 팬미팅을 진행하기 부적절하다며 불매 운동과 트럭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 SM은 팬미팅 장소를 변경해 진행했다.
아이돌이 아닌 솔로 가수 팬덤 역시 트럭시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초 가수 이찬원의 팬들은 소속사 초록뱀이앤엠 사옥 앞에서 "업무태만", "소통부재", "거짓공지" 등을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소속사의 미숙한 대응으로 앨범 판매량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는 것. 장민호 팬들 역시 조직적인 암표장사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항의하기 위한 수단으로 트럭시위를 이용했다.
그런가하면 지난달에는 표절, 루머 등에 시달려 폭발한 아이유 팬덤이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진전없는 고소 진행", "팬들 무시 업무 태만", "전화 팩스 하나 없는 유령 회사 적폐 이담" 등의 항의 문구를 담은 트럭을 보냈다. 소속사 측이 여러 차례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 공지를 내고 있지만, 고소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알려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거 아이돌 팬덤은 항의를 위해 전화나 팩스를 활용했고,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SNS 해시태그 총공이나 성명문 등이 보편적인 항의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트럭시위가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게 된 것. 특히 팬들의 입장에서는 소속사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트럭시위를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다만 트럭시위가 점차 팬덤 내에 보편화 되면서, 무분별한 남용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트럭시위의 경우 한 대 만으로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여론을 모으거나 이슈몰이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면서도 별도의 인력 없이 돈을 모아 업체에 의뢰하기만 하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단순히 팬덤 내 소수 집단의 투정에서 그칠 사안들이 너무나도 쉽게 트럭시위로 넘어가게 되고, 소속사 앞에 공개적으로 전시되면서 마치 팬덤을 대표하는 의견인 것 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
물론 팬덤 내 대다수의 의견을 모아 트럭 시위를 진행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팬덤 내에서도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반응이 나오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반드시 개선해야할 사항이라면 응당 수용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너도나도 소속사 앞에 트럭을 보내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과 욕심에서 비롯된 요구사항을 공개 전시한다면, 오히려 운영에 혼란을 야기하고 팬덤 내 분위기를 흐릴 위험이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노력이 가장 필요해 보인다. 팬들은 무분별한 트럭시위를 지양하되, 소속사 역시 팬들과의 적절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정당한 요구에는 귀기울이고 개선사항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티스트를 위해서도 더욱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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