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 안재홍·삭발 유승호, 외모 버리고 인생캐 얻었다 [Oh!쎈 초점]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3.10.22 22: 40

배우 안재홍, 송중기, 유승호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훈훈한 외모를 일부러 망가뜨리고 훌륭한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점이다. 
송중기는 최근 영화 '화란'에서 동네 건달로, 유승호는 웨이브 '거래'에서 미래가 없는 양아치로, 안재홍은 넷플릭스 '마스크 걸'에서 소름돋는 오타쿠로 각각 변신했다. 그 결과 작품도 살리고, 본인은 인생캐까지 추가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마스크 걸' 안재홍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스크 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인기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안재홍은 김모미의 회사 동료 주오남으로 분해 열연했다.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주오남은 BJ 마스크 걸을 보던 중 그녀의 정체가 자신의 직장 동료 모미임을 직감하고 그녀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그는 탈모와 심한 비만을 지닌 주오남을 위해서 평소보다 10kg 이상 살을 찌웠고, 특수분장을 감행했다. 여기에 일본어를 직접 배우는 등 실감나는 오타쿠 캐릭터를 완성했다. 주오남과의 200% 싱크로율 때문에 실제 촬영장에서 스태프한테 입장을 거부 당한 적도 있었다고. 공개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혹시 '마스크 걸'이 안재홍의 은퇴작이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은퇴설이 나온 이유는 안재홍의 비주얼만 봐도 금방 납득이 된다. 탈모와 홍조 얼굴, 불룩 나온 배, 그리고 웹툰보다 더 리얼한 오타쿠 연기까지 주오남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됐다. 대본에 없던 '아이시떼루' 장면은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SNL 코리아' 등에서 패러디됐다. 대선배 고현정은 "정말 보면서 '연기란 이렇게 해야 되는 거구나'를 느꼈다"며 "'안재홍한테 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이 났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 '화란' 송중기
송중기는 '화란'으로 '군함도'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2008년 데뷔한 이래 가장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화란'에서 그는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을 연기했다. 냉혹한 현실 속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은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연규를 알아채고 손을 내미는 캐릭터다. '화란'의 시나리오에 매료돼 노 개런티 출연을 자처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데뷔 시절부터 '여자보다 좋은 피부', '예쁜 얼굴' 등으로 연예계 대표적인 꽃미남으로 유명했던 송중기. 그러나 '화란'에서는 2시간 내내 원래 피부톤을 철저하게 숨기고 등장한다. 거칠게 살아온 치건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는 기름때가 가득하고, 오른쪽 귀에는 살점이 뜯겨나간 상처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1년 전 방송된 JTBC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하면 180도 다르다. 전작에선 신입 대학생을 연기했던 송중기가 기름때 묻은 동네 건달을 소화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 '거래' 유승호
유승호는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마치 삭발이라고 한듯 20대 초반으로 돌아갔다. 
지난 6일 공개된 8부작 시리즈 '거래'는 어제의 친구, 오늘의 인질, 내일의 공범, 순간의 선택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된 100억 납치 스릴러를 그린다. 절친 준성(유승호 분)과 재효(김동휘 분)가 부자 동창 민우(유수빈 분)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담았다. 
유승호는 무려 21년 전 흥행작 영화 '집으로...'에서 국민 남동생으로 등극했고, '성인 배우로 잘 자란 아역배우'로 꼽힌다. 그러나 늘 반듯하고 모범적인 FM 이미지로 인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이번에 '거래'를 통해 '잘생기고 능력 좋은' 남주에서 벗어났다. 도박 중독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제대 후 남은 건 빚 4억이 전부인 '20대 엠생'(패배자, 낙오자, 루저 등의 의미로 극중 준성이 자주쓰는 단어) 캐릭터다. 
짧게 자른 머리와 허름한 옷, 늘 불안한 시선과 표정, 준성은 혼돈의 청춘 그 자체다. 30대에 들어선 유승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넷플릭스, 웨이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