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볼 게 없더라" 유명무실 설특집, 제2의 임상춘 못 나올까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2.13 09: 26

나흘 간의 설연휴에 특집 드라마 단막극 한 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작비 600억 원대 대작 '폭싹 속았수다'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도 시작은 단막극이었 건만. 방송사들이 드라마 시장에서 자체 생태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간의 설연휴가 끝이 났다. 주말 이틀을 포함해서도 마냥 짧다고 만은 볼 수 없는 모처럼의 연휴. 과거라면 이 기간은 방송사들의 대목 중 하나였으나 이번엔 아니었다.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내놓아야 했을 파일럿은 손에 꼽았고, 기존 인기 예능의 설특집과 무수한 특선영화들이 자리를 대신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먼저 KBS의 경우 설특집 '진성 빅쇼 복(BOK),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지난달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기존 예능도 폐지하는 결단을 내릴 만큼 적자 예산의 영향이 큰 여파다. 심지어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은 11일 설특집 방송 말미에 갑작스러운 종영을 발표해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설특선 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2'를 통해 극지방 야생의 세계를 4부작으로 보여주긴 했으나, 기존 프로그램들의 존재감을 다 채워내진 못했다.

SBS의 경우 웹예능 '문명특급' 팀이 '2009 명곡 챔피언십'을 설특집으로까지 선보이며 분투했다. '문명특급' 팀이 'MMTG'로 명칭까지 바꾸고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며 선보인 프로젝트인 데다 소녀시대 수영과 재재의 2MC 컬래버레이션 등이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다만 방송사 예능국 차원의 설특집은 없었고, 간판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설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 골림픽'이 편성됐다. 
MBC는 설특집의 양적인 구성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파일럿 예능만 음악 예능 '송스틸러'와 쿡방 '뭐먹을랩' 두 가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설특집 다큐 '오느른'과 '너를 만났다-열셋, 열여섯'이 편성됐다. 특히 '너를 만났다-열셋, 열여섯'는 VR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떠난 자녀와 부모의 재회를 성사시킨 심리치유 프로젝트로 상당한 울림을 남겼다. 
이 밖에 각종 설특선영화들이 자리했으나 예능과 소수의 다큐멘터리 외에 드라마 특집 편성은 전무했다. 온가족이 모인 시간대에 맞춰 설특집 가족극을 선보이거나, 연휴 기간을 노린 4부작 단막극도 나올 법 했지만 전무했다. 과거 신정, 구정 등 각종 공휴일과 연휴마다 단막극을 선보이며 신인작가 발굴에 힘쓰던 것을 생각하기 힘든 분위기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명절 파일럿, 특집 편성이 위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압박이다. 단적인 예로 KBS의 경우 수신료 정상화 혹은 폐지를 두고 적자 예산이 결정됐다. MBC나 SBS는 물론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TV와 같은 여타의 방송사들도 방송사 광고 시장이 위축되며 곡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OTT 확산세 속에 방송 시청자 층 유입도 건재했던 반면, 엔데믹으로 인해 대중의 콘텐츠 선별 경향이 두드러지며 시청자들이 빠르게 이탈한 여파다. 
그러나 재정적 풍요와 빈곤 어느 시절에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가뜩이나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국내 콘텐츠 제작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 외부 제작사에 의존하는 것이 힘들어진 만큼 방송사 자체적인 신인 육성과 발굴이 힘을 얻어야 하지만 그 반대로 동력을 잃어가는 세태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금은 배우 박보검, 가수 겸 연기자 아이유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과 차기작 '폭싹 속았수다'를 준비하는 임상춘 작가도 시작은 단막극이었다. MBC의 '2014 드라마 페스티벌-내 인생의 혹'으로 시작해 웹드라마 '도도하라'를 거쳐 KBS의 4부작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로 마침내 존재감을 떨치기 시작했던 것. 이후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까지 KBS에서 연달아 흥행작을 선보인 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제작비 600억 원대 대작 '폭싹 속았수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 이상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1순위 편성 대상도 방송사가 아닌 마당에 수신료, 광고료 등 줄어나가는 재정에 대한 감정적 호소도 이제는 안 통한다. 모든 작가, 감독들이 시작부터 수백억 대작을 선보일 수 없는 법. 방송사들의 호소력 강한 에너지를 작지만 통하는 작가 같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데 쏟는다면 어떨까. 적어도 명절인데도 볼 게 없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터다./ monamie@osen.co.kr
[사진] KBS, MBC, SBS,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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