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거전’ 소배압 김준배 “작품 논란? 시행착오일 뿐…향후 고려사 작품 많아지길”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3.20 12: 00

‘고거전’의 소배압으로 분한 배우 김준배가 작품에 대한 소신과 연기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KBS2 ‘고려 거란전쟁’ 김준배 배우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전쟁’ (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로, 지난 10일 32부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준배는 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에 대해 “아주 뿌듯하고 홀가분하다”라면서도 “아쉬운 건, 그 사람들과 스태프들을 다시 못 보는 게 아쉽고, 아련하다. 1년 동안 촬영하면서 스태프들 이름도 잘 못 외웠다. 사실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거란어도 물어보고, 이야기하느냐고 농담 따먹기 할 여유도 없어서 그게 좀 아쉽다. 지방 촬영 갔을 때 숙소 옆에서 술이라도 마시고, 인생사 듣다 보면 알게 되고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 양반들이랑 얼굴 보면서 정은 들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헤어져서 아쉽다”라며 함께한 스태프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문경, 단양, 나주, 용인 등 전국 각지에서 촬영을 했다는 그는 “촬영 시작은 4~5월쯤에 시작했다. 막상 찍는 건 엄청나게 더울 때 많이 찍었다. 숨 막혀서 숨도 안 쉬어졌다”라며 “종영쯤에는 겨울에 많이 찍어서, 겨울에 찍은 분량이 많긴 했다. 대본이 늦게 나와서 몰아서 찍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준배는 극 중 문무를 고루 갖춘 거란의 장수 '소배압'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소화해 냈다. 원래도 중후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는 “소배압을 위해 일부러 더 낮은 톤을 잡기는 했다. 일정 톤 이상은 안 올라 가려고 했고, 거친 소리를 일부러 내긴 했다”라며 “왜냐하면 초반 부는 담배를 안 끊을 때였다. 지금은 금연한 지 넉 달 정도 되어서 점점 목소리가 부드러워 졌다. 그래서 막판에 거칠게 하려고, 목소리를 좀 긁어볼까 했는데. 다행히 안 들킨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는 “담배도 일부러 끊었다. 체력도 달리고. 벌써 나이가 좀 드니까 집중이 너무 안 되더라. 촬영하고 하는 데 집중하고 해야 되는데 순간순간 놓치게 되고 하니까.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라며 “그렇게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끊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야율융서(김혁 분)가 극 초반에 담배를 끊으셨다. 제수씨랑 약속했다더라. 근데 금단 증상도 없이, 너무 편안하게 있더라. 그렇게 하다 보니 저도 담배가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같이 있으니까 서로 담배 피우러 나갈 일도 없고. 힘을 많이 줬다”라며 금연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배압’ 열연으로 큰 호응을 받았던 김준배. 이 같은 소식을 알리자 “그런가? 그럼 티를 좀 많이 내주지!”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사실 유튜브 영상보고, 댓글들도 보고 그랬다. 친구들이 전 작품인 ‘카지노’와 ‘강릉’에 나온 걸 보고 하는 데 집중하고, ‘배압이 형님 강릉 다녀왔네요’, ‘필리핀 왔다가 이거 하고 계시네요’라고 반응하던데, 그런 게 기억에 남는다. 또 ‘배압이 형’, ‘준배형’ 이라고 하는 게 재밌더라. 준배형. 그게 새롭고 웃겼다. 저를 친근하게 생각하시더라. 어차피 다 제 밑에 나이대 일 거 아니냐. 그런 게 묘하게 재밌었다”라며 기억에 남는 온라인 반응을 전했다.
또한 ‘오프라인’ 반응에 대해서는 “촬영하는 동안 계속 논산에 있었다. 거기는 완전 시골이다. 논밭만 있는데다. 그런데 마트에 갔을 때 갑자기 ‘장군님!’, ‘도통!’ 이라고  한두분 반응하시더라. 이장 형님이 ‘장군’이라고 부르며 따봉을 하시더라. 표현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라고 웃으며 “그 외에는 인기를 특별히 별로 못 느낀다. 기회가 별로 없었다. 또 제가 원래 촬영할 때 전화를 잘 안 받는다. 대본에 집중하고 있는데, 연락 오는걸 일일이 답하다 보면 몰입이 깨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형제들이 반응을 전해주긴 했다”라고 부연했다.
김준배가 바라본 ‘소배압’ 캐릭터도 들을 수 있었다. ‘고거전’ 최종화에서는 고려군을 이끈 상원수 강감찬(최수종 분)이 거란군을 상대로 한 귀주대첩이 펼쳐졌다. 해당 전투에서 소배압은 대패했고, 거란으로 돌아온 소배압은 야율융서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러한 소배압의 눈물에 대해 김중배는 “그 인간은 엘리트로 쭉 살아오지 않았나. 문무를 겸비한 귀족 집안이었는데, 실패를 맛봤는데, 어마어마한 실패였다. 내 능력, 운으로 감당할 수 없는. 운명적인 벽을 만나서 좌절한 거다. 애초에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 앞에서 좌절하는 거다. 초월적인 것에 좌절한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론 강감찬이 초월적인진 않지만, 고려의 힘이라는 게 그랬을 거다. 1차 전쟁은 서희에서, 2차는 양규에게 괴롭힘당했다. 2차전도 사실 패한 것과 마찬가지고, 3차는 강감찬에게 패했다. 거기서 한계를 느꼈을 거다. 운명적인 좌절이라는 걸 느꼈을 것”이라며 “지문에는 그냥 ‘눈물을 흘린다’라고 적혀있었다. 어떻게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노의 눈물은 아닌 거 같더라. 애초에 소배압은 전쟁에서 죽음까지 각오했고, 숙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고 있다가 (살려준) 황제의 선택을 보면서, 고마움도 있지만, 안타까움, 미안함에 대해 좌절한 인간에 대한 표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강감찬’ 최수종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준배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형님 생각은 모르겠다. 아마 ‘이 친구 막 하네’, 했을 수도 있겠다”라고 웃으며 “선배님이 자신의 플랜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다 받아주시더라. 그냥 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볼게. 그걸 다 받아준다. 그러니까 호흡이 재미있는 거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새로운 게 나올 거 같은 느낌이 있었다. 형님한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냥 해도 다 받아줬다. 처음 소배압과 강감찬이 만났을 때도 돼지고기 먹으며 술 따라주고 하던 장면이 있는데, 이걸 리허설때 안 했던 거다. 뒷부분에서 웃고 그런 것도 받아주셨다. 다른 호흡도, 다르게 가져갈 때도 있었는데, 다 받아주셨다. 저는 되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고거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퀄리티 전쟁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말 타고 그런 건 재밌었다. 말이 워낙 말을 잘 들었다. 제가 말을 잘 못 타는데, 액션 소리에 반응하더라. 원래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말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한다. 반면 우리 같은 초보들의 말은 안 듣는다 더라. 그런데 (내 말은) 촬영 전에는 딴짓을 막 하다가, ‘슛’ 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귀가 쫑긋 세우더라. 자기가 알아서 뛴다. 커트하면 바로 서더라. 걔 덕분이었다. 저는 그냥 실려있었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었으니. 고마웠다”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래도 (전쟁 장면 촬영은) 굉장히 힘들었다. 힘들어도 안 찍으면 ‘고려 거란 전쟁’이 아니니까. 잘 나오기만을 바랐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정말 미친 듯이 촬영했다. 크로마키 앞에서 촬영을 해야 하니, 미치지 않으면 안 됐다. 거의 다 CG였다. 소리가 들어가다 보니 매번 말 위에서 대사를 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짜 말도 타고, 승마 기구도 탔다. 김한솔 감독이 당근에서 승마 기구를 두 개 사왔다고 자랑하던 게 기억난다. 그걸 타고 달리면서 하고. 진짜로 (말에 탔다고) 믿고, 해야 하니까. 그러려면 그런 장면에서 미쳐야 했다”라고 떠올렸다.
‘고거전’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고거전’은 원작자와의 논란은 물론, 최종화까지 편집 논란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방영 내내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에 김준배는 “작품을 하다 보면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돌파해 나가고, 어떻게 버티고 해나가는가, 이다”라며 “고려사가 사료도 없고, 정보도 워낙 없지 않나. 2차 거란 전쟁과 3차 사이에 800년 틈이 있다. 그걸 어떻게 메꿀까가 걱정이었는데, (우리 작품이) 새로운 길을 만든 거지 않나. 그 길을 만드는데 잠시 삐뚤어질 수도 있고, 개울에 빠지기도 하는데, 한번 가봤다는 게 중요하지 않나. 한 번 가봤으니 다음 사람은 그 길로 안 가지 않겠나. 그러니 앞으로 고려사를 앞으로 더 많은 분이 발굴해서, 더 좋은 작품 만들었으면 좋겠다. 미지의 세계를 우리가 간 것이고, 이것도 하나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 김준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간 악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준배는 ‘왜 그간 시대극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연기도 무르익지 않고, 사람도 모자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물론 시대극을 젊은 시절에 했다면, 그때 할 수 있는 연기를 열심히 했겠지만, 저는 지금 시기가 되어서 왔다고 생각했다. 준비해왔던 것이 ‘해봐도 되니까 해봐라’ 하고, 역할들이 주어지는 거지. 그전에 나가도 잘했겠나, 싶다. 아마 이런 기회가 안 올 수도 있겠다 싶다”라며 “(시대극을) 피하진 않았다. 오는 건 다했다. 너무 끔찍한 역 같은 건 안 하려고 버티다가 하긴 했지만. 저는 생계형 배우기 때문에. 생활하려면 뭐든 해야지. 역할을 고르고 그런 처지는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는 “비중이 높은 캐릭터 욕심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주시는 대로 한다. 비중을 따져서 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며 “사극도 역할이 좋으면 할 거다. 힘든 걸 각오하고. 아주 각오해야 하긴 한다. 마음을 크게 먹고 해야 된다. 분장부터, 모든 것이 그렇다. 연극도 하고 싶다. (데뷔도) 연극을 하다가, 오디션을 보고, 보조 출연을 하면서 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연극을 계속했지만, 안 한 지가 십 년이 됐다. 연기가 재미있어서 연극도 하고 싶지만, 제가 지방에 있기도 하고, 연극을 해서 생계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그게 아쉽다. 나중에 넉넉해서, 생계에 신경을 안 쓸 때, 연극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동료를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연기가 계속하고 싶다”는 김중배는 앞으로 원하는 작품에 대해 “여기저기 많이 말씀드렸는데, 중년 바보 안 올 수도 하고 싶다. 사실 예전에 단막극에서 그런 멜로를 했었다. 20대 베트남 처자와 50대 막노동꾼의 사랑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모티브를 잡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극적이기도 했고, 폭력도 다소 있었다. 그런 것 말고, 서툰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  중년들이, 능숙한 것 같지만, 사랑에는 서툴지 않나. 바보처럼 연애하는, 그런 걸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현재 차기작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김중배는 ‘고려 거란 전쟁’에 대한 의미를 묻자, 심사숙고 끝에 “저에게 알을 깨게 한 작품이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 위한 기회를 여러분이 주신 것 같다. (저의) 달걀을 ‘톡톡’ 노크해서 깨주셨으니, 이제 제가 잘 나아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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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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