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구 중 30구가 직구, 왜 '체인지업 마스터' 류현진은 직구를 고집했을까 [오!쎈 잠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4.03.24 00: 09

초반부터 직구 위주 피칭→LG 타자들 직구 노림수 
변화구 제구 난조, 볼넷 3개나 허용, 치명적 실책이 결정타 
'코리안 몬스터'가 화려한 국내 복귀 무대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식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1,3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강판당하고 있다. 2024.03.23 /jpnews@osen.co.kr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4188일 만에 KBO리그 정규시즌 마운드에 올랐으나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KBO리그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 이후 4188일 만에 복귀전. 잠실구장 마운드는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4197일 만에 밟았다. LG 상대로는 2012년 8월 17일 대전 LG전 이후 4236일 만에 맞대결이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2012년까지 뛰고 미국으로 진출했다.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맹활약하다가 올해 친정팀 한화로 복귀했다. 8년 최대 170억원의 역대 최고액 계약을 했다. 12년 만에 KBO리그 복귀전이자 정규시즌 개막전. 
이날 잠실구장에는 현장 판매 티켓(약 500장)을 구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전날 밤에 자리를 잡고서 밤을 새운 팬들도 있었다. 낮 12시에 현장 판매를 시작했는데, 아침부터 대기 줄이 줄지어 늘어섰다. 12분 만에 다 팔려 패진됐다.
LG는 박해민(중견수) 홍창기(우익수) 김현수(지명타자) 오스틴(1루수) 오지환(유격수) 문보경(3루수) 박동원(포수) 문성주(좌익수) 신민재(2루수)가 선발 라인업으로 출장했다. 좌완 류현진 상대로 좌타자 7명이었다.
1회말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3루측 한화 관중석에서 류현진을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식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1,3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강판당하고 있다. 2024.03.23 /jpnews@osen.co.kr
그러나 류현진은 팬들의 함성에 화답하지 못했다.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수 86개. 2-2 동점인 4회 2사 후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이닝이 종료되지 못했고, 3연속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류현진의 86구 중 직구가 45개, 커터가 9개, 커브 18개, 체인지업 14개를 던졌다. 변화구는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카운트를 잡으려는 커브는 대부분 볼이 됐다. 직구 위주의 피칭을 계속 이어갔고, LG 타자들은 류현진의 직구를 가장 먼저 머릿속에 두고 대응했다고 했다. 
1회 직구만 던졌다. 1회 세 타자를 상대로 공 9개를 던졌는데, 모두 직구였다. 최고 147km까지 나왔고 타자들의 배트가 조금씩 밀리는 듯 했다. 
류현진은 2회에도 4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26구를 던졌는데, 21구가 직구였다. LG 라인업을 한 바퀴 상대하는 동안 35구 중 30구가 직구였다. 변화구로는 체인지업 2개, 커브 3개였다. 오스틴에게 체인지업 2개를 던졌고, 커브는 오지환, 문보경, 문성주에게 1개씩 던졌을 뿐이다. 초반 변화구 제구에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회 1사 후 오지환을 볼넷, 2사 후 박동원에게 직구 2개를 연거푸 던지다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문성주와 신민재에게 모두 직구를 맞아 안타가 됐다. 신민재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경기 후 신민재는 "직구와 커브 2가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2스트라이크 전까지는 직구를 치려고 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직구를 먼저 생각하고 친 게 아무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식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2회말 2사 만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LG 신민재에게 선제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4.03.23 /jpnews@osen.co.kr
신민재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2사 1,2루에서 박해민 상대로는 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1개씩 던졌다. 갑자기 달라진 볼배합에 박해민은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하지만 박해민은 실책으로 찬스가 이어진 4회 2사 1,3루에서 류현진의 초구 145km 직구를 때려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2-2 동점에서 3-2로 달아났고, 결승타가 됐다. 
박해민은 경기 후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빠른 공을 하나도 안 던져서 이번에는 빠른 공이 올 거라고 예상을 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앞 타석에 변화구를 봤기 때문에, 빠른 공을 놓치지 말자고. 워낙 제구력이 좋으니까 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략을 했다”고 말했다.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식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1,3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강판당하고 있다. 2024.03.23 /jpnews@osen.co.kr
4회 계속된 2사 2,3루 위기에서 홍창기가 류현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 주자 2명을 모두 불러 들였다. LG는 5-2로 달아났다. 홍창기는 "직구를 계속 생각했고, 직구에 내가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에, 체인지업 하나 들어오거 나서 직구가 계속 들어오겠다 생각했다. 직구에 타이밍을 맞췄는데, 마지막 직구가 몰려서 안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도루도 1개 허용했다. 발빠른 박해민에게 적시타를 맞고서 다음 타자 초구에 도루를 허용했다. 박해민이 타이밍을 잘 뺏었다. 볼넷을 3개나 허용했고, 삼진은 하나도 잡지 못했다. 핀포인트 제구력이 뛰어난 류현진이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4회 2사 1루에서 2루수 문현빈의 치명적인 포구 실책이 화근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17일 시범경기 롯데전에서 수비 실책으로 위기가 되자, 다음 타자를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실책한 후배가 마음고생을 할까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던졌다고 했다. 개막전에서 등 뒤의 내야수가 실책한 후 류현진은 평정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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