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 롯데 상대했어야 했나, ML에서도 이런 적 없었는데…류현진도 이런 날이, 헛웃음 나올 지경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06 10: 40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무너진 적이 없었다. 9실점 빅이닝 허용도, 7타자 연속 피안타도 모두 처음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37)에겐 커리어 통틀어 최악의 날.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결과에 류현진 본인도 헛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난타당했다. 한화의 7-11 패배와 함께 시즌 2패째를 당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이 3.72에서 8.36으로 치솟았다. 
4회까지는 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1회 키움 1번 이주형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시작했으나 추가 안타 없이 4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 호투. 키움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은 1회 류현진의 하이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 당하더니 4회에도 몸쪽 투심에 배트가 헛돌았다. 

5회말 1사 1,3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5회말 1사 1,3루에서 키움 이형종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한 한화 류현진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4회까지 56개의 공으로 안정감을 보인 류현진은 타선으로부터도 4득점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선발승을 요건이 걸린 5회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뒤 이형종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1,2루 주자를 쌓은 류현진은 송성문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이후 7연속 피안타로 말도 안 되게 뭇매를 맞았다. 
김재현의 좌측 1타점 2루타, 박수종의 1타점 좌전 적시타, 이주형의 1타점 중전 적시타, 도슨의 1타점 우전 적시타, 김혜성의 1타점 좌전 적시타, 최주환의 우전 안타, 김휘집의 2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7타자 연속 류현진에게서 안타를 뽑아냈다. 키움 타자들은 커브, 직구, 커터, 체인지업 등 류현진의 구종을 가리지 않고 빠른 카운트에 공략했다. 가운데 몰리거나 떨어지지 않은 공들도 있었지만 이주형, 최주환, 김휘집은 낮은 공을 받아쳐 안타로 만들어냈다. 크게 휘두르지 않고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컨택에 집중했다. 
1회말 무사에서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5회말 1사 1,3루에서 키움 김혜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한화 류현진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순식간에 7점을 내준 류현진은 1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김서현에게 넘겼다. 김서현이 이형종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더니 김재현에게 몸에 맞는 볼, 임지열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주면서 류현진의 책임 주자 2명 모두 홈에 들어왔다. 류현진의 실점은 9점으로 불어났다. 총 투구수는 91개로 최고 147km, 평균 140km 직구(30개) 외에 커터(15개), 투심(13개), 커브(12개), 체인지업(10개), 슬라이더(1개)를 구사했다. 투구수 60개가 넘어간 뒤 힘이 떨어졌는지 7연속 안타에 9실점으로 무너졌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 9실점을 내준 것은 KBO리그 통산 193경기 만에 처음이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실점은 8점으로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2이닝 9피안타 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기록을 넘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포함하면 최다 10실점 경기가 있긴 했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17년 5월 12일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로 로키스전으로 당시 4이닝 8피안타 6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 패전을 안았다. 2회 포수 오스틴 반스의 송구 실책이 있었고, 10실점 중 자책점은 5점이었다. 
자책점 기준으로는 7점이 최다 허용으로 총 7경기 있었다. 다저스 시절인 2014년 1경기, 2019년 3경기, 202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3경기가 있었다. 즉, 9자책점 경기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포함해도 최초의 일이다. 
5회말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이 9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전광판에 기록이 표시돼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5회말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한화 류현진이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2회초 실책에 이은 안타로 추가 2실점한 다저스 류현진을 3루수 후안 유리베가 위로하고 있다. 2014.04.05 /jpnews@osen.co.kr
더 충격적인 것은 9점 모두 한 이닝에 나왔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선 종전 최다 8실점을 내준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전 1회 6실점이 최다 빅이닝 허용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저스 시절인 2014년 4월 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1회 6실점이 최다 기록이었다. 
7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한 것도 한미 통산 379경기(KBO 193경기, MLB 186경기) 만에 처음이었다. 한 이닝에 안타 8개를 얻어맞은 한국에선 처음이고, 메이저리그에선 2014년 7월 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2회 5연속 안타 포함 8피안타 이닝이 있었다. 
개막 4연패 이후 5연승으로 급반등한 키움 타자들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돼 지난 2일 대구 삼성전부터 출장한 ‘제2의 이정후’ 이주형이 이날도 류현진에게 안타 2개를 치는 등 시즌 타율 7할6푼9리(13타수 10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5회말 1사 1,3루에서 키움 김혜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한화 류현진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5회말 1사 1,3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지극히 결과론이긴 하지만 류현진으로선 비로 인한 등판 일정 조정이 악수가 됐다. 지난 3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류현진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예정된 등판 차례였던 4일 롯데전에 나올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하루 더 쉬고 싶다는 의사를 코칭스태프에 밝혔고, 5일 고척 키움전으로 등판을 미뤘다. 복귀 첫 승이자 통산 99승 도전 장소와 상대팀이 모두 바뀌었다. 
2022년 6월 토론토 시절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 돌아온 류현진은 올해가 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다. 쉴 수 있을 때 하루라도 더 쉬는 게 좋다. 상대팀을 본 것이 아니라 시즌 전체를 길게 보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예정대로 롯데를 만났더라면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4일 한화전(5-6), 5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3-4)에서 지며 다시 연패에 빠진 롯데는 팀 타율 9위(.242), 홈런 10위(5개), OPS 9위(.641)로 경기당 평균 최저 3.1득점에 그칠 정도로 타선의 힘이 약하다. 
5회말 1사 만루에서 한화 류현진이 키움 김휘집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헛웃음을 짓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경기에 앞서 한화 류현진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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