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4' 제작진 "캐릭터 1명에 제작진 10명, 오랑우탄만 1년 걸려"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4.23 17: 35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가 상당했던 VFX 작업에 대해 입을 모았다. 그만큼 몰입의 기준이 남달라진 결과였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약칭 혹성탈출4, 감독 웨스 볼)' 측은 2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혹성탈출4'의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터가 참석해 국내 취재진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혹성탈출4'는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1년 첫 선을 보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뒤를 이어 7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게 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오는 5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혹성탈출4'는 이전 시리즈를 이끌었던 주인공 시저의 죽음으로부터 300년 이후의 시간을 그린다. '새로운 시대'라는 부제에 맞춰 서사는 물론 이를 그려낼 VFX 부분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새롭게 더해졌다. 이를 위해 '아바타' VFX 스튜디오로 유명한 웨타(Wētā)FX에서 나섰다. 지난 2005년부터 루카스 필름 등을 거쳐 20년째 할리우드 VFX 스튜디오에서 활약해온 김승석과 뉴질랜드 유학생 출신의 순세률은 '혹성탈출4'의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모션 캡처 트래커로 활약했다. 
순세률은 "저는 모셥 탭처 트래커로 2D로 촬영한 배우들의 연기를 3D로 만드는 차이가 있다. 공간 안에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승석은 "페이셜 모델러는 가상 캐릭터들이 연기할 수 있는 표정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한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김승석은 "제가 먼저 작업을 하면 배우들이 표정을 짓거나 하면 얼굴에 마커 포인터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순세률이 작업할 수 있도록 기초 기반이 돼서 넘겨준다"라고 했다. 순세률은 "촬영한 애셋 위에 심어서 연기가 될 수 있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애셋'이란 건 3D 퍼펫이랄까, 모든 사물이 애셋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시리즈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에 새 시리즈가 나온 상황. 그 사이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11명의 캐릭터가 추가된 것은 물론 각 캐릭터 1명에 제작진 10명이 달라붙어 끈질기게 결과물을 만들었다. 김승석은 "7년 전 작업할 때는 액터 퍼펫을 안 했다. 배우를 이미지로만 써서, 이미지 레퍼런스만 써서 수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맞춰서 매치무비를 했다. 이제는 액터랑 똑같은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서 모션 캐릭터로 수치값이 나오면 오랑우탄한테 그대로 카피해서 똑같은 액터와 표정연기가 실시간으로 보여질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랑우탄 작업만 1년 정도 했다.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친다. 배우를 찍으면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를 찍으면 3D 스캔이 나온다. 웃고 찡그리고 필요한 부분들을 3D로 만들면 다시 쓸 수 있게 작업을 해서 다듬는다. 그리고 표정을 다시 분해를 해서 입꼬리, 눈썹, 눈 벌리는 부분을 다 분리해서 나중에 다시 합쳤을 때 결과가 똑같이 안 나온다. 다시 합치는 작업을 해서 결국에는 각각 따로 컨트롤 할 수 있게 한다. 오른쪽 입꼬리만 올릴 수도 있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오랑우탄으로 똑같이 하는데 똑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한다. 감정 표현이 일관성있는 그런 작업을 하는데 못해도 1년 정도는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승석은 VFX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표현에 대해 "슬픈데 기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얼굴은 거짓말을 못한다. 다 보이지 않나.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그 감정을 어떻게 숨기겠나"라고 비유했다. 
다만 과거엔 불가능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가능한 표현들도 있었다. 김승석은 "아무래도 전 시리즈는 대화도 많지 않고 표현을 많이 안 했어도 됐다. 소리만 지르고 몸으로 많이 대화를 했다면, 조금 더 세세한 감정 표현으로 대화도 많이 하고 얼굴 표정에 집중이 되고, 미묘한 감정 표현을 신경 썼다. 7년 사이에 '아바타: 물의 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같이 많이 작업을 하면서 내부적으로 계속 성장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발전한 기술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그는 이번 영화 작업에서 특별히 어렵게 느껴진 부분에 대해 "새로운 캐릭턱라 11마리가 들어왔는데 일관성 있게 11명이 동시에 일관성있게 작업을 하는 게 힘들었다.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들 때 그 입력값이 다 똑같아야 한다. 어떤 캐릭터한테 입력값을 넣어도 똑같은 표정이 나와야 하는데 누구는 많이 슬프고, 얘는 적게 슬프게 나오면 안 되다.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순세률은 "저희는 카메라 이미지로 주로 작업을 하는데 얼굴 촬영에 배우분들이 사과를 먹으면 얼굴이 가려진다거나, 움직일 때 다리가 안 보인다거나 하는 현실적인 고충이 있었다. 신체 일부가 가려지면 몇가지 다른 작업을 하긴 하는데, 일반적인 건 1초 동안 얼굴을 하든, 몸을 하든 24~48프레임이 1초에 들어가 있다면 앞선 프레임을 지우고 다음 프레임부터 시작해서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이 이어지게 작업을 하거나, 배우가 구체적인 동작을 할 때 다리나 그런 걸 움직여서 포지션을 맞춰서 작업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김승석은 유인원 사진을 얼마나 많이 확인했는지를 묻는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영어로 이야기 하면 24/7, 24시간 7일을 내내 봤다. 꿈에서도 유인원 사진을 본 것 같더라"라고 혀를 내두르며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한 작업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은 VFX 결과물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에 대해 순세률은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어서 모든 씬이 다 애착이 간다"라며 멋쩍어 했을 정도다. 
그런 이들에게도 '생성형 AI' 기술은 '위협'이 될까. 지난해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와 배우들의 대대적인 파업이 있었다. 스트리밍 수신료 등부터 생성형 AI의 도입 등이 화두였다. 
이와 관련 김승석은 "이제 VFX 같은 경우 감독님이 '이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한다'라고 확실한 결과물에 정확한 디렉션이 반영돼야 하니 아직까진 AI가 앞서긴 힘들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다양한 브레인스토밍이나 내가 요구하는 이미지를 추상적으로나마 근접한 상황으로 참고자료를 만들기는 좋을 것"이라면서도 "마지막 결과물을 AI로 하기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데이터가 쌓일 수록 내가 원하는 게 10.1이라면 1~10까지의 숫자로는 만들 수 없지만 AI에 믹싱된 데이터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세률 역시 "AI는 양날의 검이다. 사람을 대체하기엔 아직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다만 그는 "저희도 그 얘기 많이 한다. 이러다 일자리 없는 거 아니냐고"라고 웃으며 "아직까지는 그 정도 수준이 못되는 것 같다", "저희가 슈퍼바이저한테 버전을 3~4개를 보여드리는데 AI가 상용화 되면 제가 1개 만들 때 2~3개 만들어서 다양한 각도로 보여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두 사람은 한국 작품 중 흥미롭게 본 VFX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승석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게 '괴물'이었다"라고 말했고, 순세률은 "'기생충'을 봤을 때 그렇게 VFX가 많이 사용된 줄 몰랐다"라며 놀라워 했다. 이어 순세률은 "최근엔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를 봤는데 이 정도 기술이 좋아진 걸 보고 놀랐다. 처음에 '신과 함께' 봤을 때는 '어?' 했는데 이번엔 '오?'라고 나올 정도였다"라며 웃었다. 
다만 김승석은 "사업 연속성이라는 게 얼마나 1년에 큰 대작이 있겠나 10년에 1~2개 있는데 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걸 한 두 군데에서 하니까 그런 건데, 결국엔 영화의 발전이 있어야 VFX의 발전이 있더라. 조금 더 영화에서도 예산이나 성공을 따지기 보다는 다채롭게 시도를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두 사람은 대중의 눈높이가 상승한 것에 대해 입을 모았다. 순세률은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져서 조금만 이상하면 다들 티가 나니까 스토리의 몰입을 방향을 바꿔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더라"라고 했고, 김승석은 "얼마 전에 지인한테 '혹성탈출'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천했더니 10분 보더니 너무 집중이 안 돼서 못 보겠다고 하더라. 탈 쓰고 고무인형해서 하니까, 이제는 퀄리티가 안 되면 몰입, 스토리 텔링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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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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