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디자인’과 ‘팬덤’, 중국 전기차가 알아챈 ‘쇼트컷‘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4.04.29 13: 45

 4월 25일,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Auto China 2024)' 프레스데이를 위해 문을 연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Chin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Shunyi New Hall)은 거대한 전기차의 축제 현장이었다. 물론,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전기차 올인’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인 다양한 전기차 브랜드들과 그들이 쏟아내는 물량 공세는 두렵기는 했지만, 당장 기존 업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토 차이나 2024’에는 종전과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중국 자동차업계가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확실하게 다가가는 쇼트컷, 즉 지름길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디자인이다.

SU7을 전시한 샤오미 부스. 프레스데이 시작 전의 모습니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첫 눈에 어필하는 요령을 터득한 듯 보였다. 디자인이 매우 공격적이었다. 기성 브랜드들이 콘셉트카에서나 시도할만한 디자인 요소들을 양산차에 공격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자동차 디자인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그렇게 지조(志操)가 곧지 못하다.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타나면 이내 그쪽으로 눈길이 쏠린다.
그레이트 월 모터스(GWM) 풀사이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탱크(TANK) 700 Hi4-T.
‘오토 차이나 2024’에 등장한 중국 전기차의 디자인은 세단이라면 스포츠카, SUV라면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웬만하면 포르쉐, 테슬라이고 웬만하면 레인지로버, 랭글러였다. 오토 차이나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더라도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 후발주자의 패기일 수도 있고, 중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인 강점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업체 화웨이, 배터리 업체 CATL, 완성차 업체 창안자동차가 공동설립한 아바타(Avatr)의 AVATR 11.
‘디자인 우선주의’에는 현대자동차그룹, 특히 기아의 성장과정도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세계적 디자인 명장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기아’로 우뚝 선 기아는 벤치마킹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사례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는 소식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프레스데이 컨퍼런스를 열고 있는 샤오미 부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또 하나는 팬덤의 형성이다. ‘오토 차이나 2024’의 샤오미 부스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베이징 모터쇼 개막에 앞서 중국 시장에 전기 세단 SU7을 출시한 샤오미는 글로벌 데뷔 무대를 ‘오토 차이나 2024’로 삼은 듯했다. 모터쇼 전시관 외벽에 거대한 광고판을 입힌 브랜드도 샤오미 SU7이었다. 우리 돈으로 수십 억 원이 든다는 광고판을 SU7가 장식하고 있었다.
전시관 외벽을 장식한 샤오미 SU7 광고판.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외신을 타고 전해진 심각한 초기 품질 문제도 샤오미 부스의 열기 앞에는 기를 쓰지 못했다. 부스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출입 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부스 앞에는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프레스데이 발표회장은 대중 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샤오미의 레이 쥔 회장은 이미 대중 스타였고, 쥔 회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군중은 크게 반응했다.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며 프레젠테이션에 열중인 레이 쥔 회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레이 쥔 회장은 공식 출시 이후 중국 시장에서 일군 성과를 개선장군처럼 읊었다. 수치를 꺼내 성능을 자랑할 때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를 노골적으로 비교했다. 모든 비교 수치는 테슬라를 향하고 있었고, 테슬라를 앞서는 항목을 조목조목 말할 때는 울분을 토하는 듯했다. 악화일로의 미중 갈등 속에 SU7에 ‘애국심’을 입혔다. 군중들은 레이 쥔 회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환호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험하지 못한 팬덤이 샤오미 SU7에 깃들고 있었다.
샤오미 SU7은 앞서 말한 ‘디자인 우선’에 ‘팬덤’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샤오미는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가전분야에서 이미 체득했다. 샤오미의 성공 방정식은 전기차 분야도 넘보고 있었다.
물론 샤오미의 팬덤이 중국 국경을 넘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샤오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지배적 시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품질까지 갖추게 된다면 그 팬덤이 중국 내에서만 머물러 있으란 법도 없다. ‘아이폰’과 ‘테슬라’는 팬덤이 글로벌 시장의 절대지존임을 알게 해 준 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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