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도 기사 보시지 않을까요?"...포항 승리 만든 김종우 '신의 한 수'[포항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5.05 08: 32

 김종우(31, 포항 스틸러스)가 박태하 감독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역할에 대학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포항 스틸러스는 4일 오후 4시 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1 2024 11라운드에서 김종우의 극장골에 힘입어 전북 현대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포항은 또 한 번 추가시간에 강한 면모를 자랑하며 10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동시에 승점 24점으로 한 경기 덜 치른 울산 HD(승점 23)를 제치고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홈팬들 앞에서 4경기 만에 거둔 승리이기도 하다.

반면 전북은 잘 버티고도 마지막 순간 무너지며 고개를 떨궜다. 연패에 빠진 전북은 승점 10점에 머무르며 8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포항은 종료 직전까지 슈팅 18개를 터트리고도 전북 골문을 열지 못했다. 주어진 추가시간 4분이 끝나가도록 0의 균형이 유지됐다. 이번에도 안방에서 무승부에 그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반전이 일어났다. 마지막 순간 역습 기회에서 김종우가 짜릿한 극장골을 뽑아내며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그는 골키퍼 맞고 흘러나온 공을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경기에 방점을 찍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김종우는 경기 후 "지난 두 경기 동안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 감독님께서 꼭 승리하자고 말씀하셨는데 결과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종우는 종료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감독님 사랑합니다"라며 박태하 감독에게 사랑고백을 날렸다. 그는 "속에 있는 마음이 그냥 나왔나 보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뒤 김종우는 "사실 감독님이 좀 옛날 분이실 거라 생각했다. 꼰대스러우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 선수들 입장에서 많이 배려해주신다. 선수들도 많이 좋아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한번 표현을 해봤다"라며 거침없는 말을 내놨다. 
기자회견장은 예상치 못했던 '꼰대' 발언에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옆에 있던 포항 관계자도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김종우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이정효 감독님이 더 꼰대시다. 이건 농담이다. 이정효 감독님은 농담 잘 받아주셔서 괜찮다"라며 한술 더 뜨기까지 했다.
김종우는 마지막 득점 장면에 얽힌 비화도 설명했다. 그는 "(김)동진이가 투입된 뒤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고 있었다.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런데 득점 직전에 동진이에게 한번 내려가라고 했다. 내가 그자리에 한번 있겠다고 했다. 3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라고 전했다.
김종우가 던진 승부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그는 "내가 자리를 한번 바꿔서 그 위치에 서 있었다. 그런데 공격 찬스가 나길래 한번 가보자고 했다. 공이 운 좋게 발 앞에 떨어져서 골로 연결해봤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평소에도 훈련된 부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종우는 "사실 내가 원래는 공격적인 위치를 더 선호한다. 지금 포항에서는 밑에서 뛰고 있다. 미팅에서도 감독님께 위에서도 뛸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번 경기에서는 내 임의로 바꾼 상황이었는데 잘 맞아떨어져서 다행이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눴던 위치이기도 하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포항 관계자도 원래 훈련에서 스위칭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장면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어 김종우는 "지금까지 그랬듯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공격적인 위치를 선호하는 선수지만, 아직까지 감독님께 그 위치에서 뛰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한 적 없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감독님이 판단할 부분이다. 팀이 원하고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끝까지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직접 박태하 감독과 얘기해 볼 생각은 없을까. 김종우는 "이 기사를 보시지 않을까"라며 웃음을 터트린 뒤 "내가 먼저 '여기에서 뛰고 싶다'라기 보다는 감독님께서 이 위치에 날 필요로 하시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포항은 유독 올 시즌 극장골이 많다. 이번 경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6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득점을 터트렸다. 비결을 묻자 김종우는 "포항은 언제나 어느 팀이랑 해도 기죽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선수들끼리 믿음도 더 강해졌다. 끝까지 하면 누구랑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골을 넣으려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어느덧 1라운드 로빈을 마친 상황. 지금 기세라면 우승도 꿈이 아니다. 김종우는 "사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어느 팀이랑 해도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선수들 모두 자신 있다. 감독님도 상대에 맞춰 전술 변화를 주고 있다. 다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우승 얘기는 섣부른 감도 있지만, 감독님 믿고 똘똘 뭉쳐서 하다 보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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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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