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영웅’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라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준플레이오프 업셋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3승1패로 마무리 지으면서 17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 시즌 막판에 기적의 9연승으로 포스트시즌 막차에 탑승한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고전하면서 1패를 내준 삼성은 이후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섰다. 그리고 SSG를 상대로 적재적소에서 터진 장타와 최원태-가라비토-원태인-후라도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이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업셋을 달성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침묵했던 구자욱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살아났고 50홈런 158타점의 4번 타자 디아즈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마침내 홈런 침묵을 깼다.

클린업 트리오의 완성이었던 김영웅의 상태가 플레이오프 시리즈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영웅은 지난해 데뷔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쫄지 않고’ 특유의 거포 스윙을 유감없이 휘둘렀다. 그 결과 홈런포로 가을의 ‘영웅’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24년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 3할 8리(13타수 4안타) 2홈런 2타점, KIA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 타율 2할1푼1리(19타수 4안타)에 그쳤지만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타율 2할5푼(12타수 3안타)에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1차전 3회 달아나는 투런포로 경기 초반, 그리고 시리즈 초반의 흐름을 다잡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김영웅은 3루 수비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통증이었다. 한동안 쓰러져서 일어서지 못하더니 결국 교체됐고 4차전은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한 방으로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은 물론 핫코너를 든든하게 지켜내는 수비력을 보여준 김영웅이다. 그가 빠지면 공격과 수비 모두 약화될 수밖에 없다. 김영웅이 가을야구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자욱-디아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서 김영웅이 뒤에 받치고 있기에 지금의 타선 파괴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김영웅이 뒤에 버티고 있어야 홈런왕 디아즈도 고립되지 않을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4-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에서 SSG가 디아즈를 고의4구로 거르고 김영웅과 승부를 택했는데, 김영웅은 멋진 적시 2루타로 자신과 승부를 택한 SSG를 후회하게 했다. 한화에 디아즈를 쉽게 거를 수 없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한 방이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나고 3일의 휴식이 있었다. 과연 김영웅에게 3일은 회복하기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삼성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양우현이 추가 합류했다. 준플레이오프에 투입하지 않았지만 베테랑 불펜 투수인 임창민을 제외하면서 내야수 자원을 늘렸다. 김영웅 역시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회복 추이가 더딜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일단 삼성은 김영웅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라고 또 바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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