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가 없었으면 정규시즌 3위의 기적은 없었다. 심지어 가을야구 데뷔를 맞아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등판하는 투혼을 펼쳤지만, 평균자책점 12점대 부진에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필승조 이로운(21)은 준플레이오프를 마치고 개인 SNS 계정에 팬들을 향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데뷔 3년차에 한 팀의 필승조로 우뚝 선 한해를 결산하고, 준플레이오프 1승 3패 탈락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로운은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이 또 지나가면서 여러 장면들이 떠오르는 거 같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힘겨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팬분들의 응원과 격려 덕에 항상 이겨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올 시즌은 많이 발전하겠다는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거 같아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스스로 부족한 부분과 더 성장해야할 부분이 보인 시즌 마무리였던 거 같습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로운은 대구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SG 1라운드 5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기대주. 데뷔 첫해 50경기 6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62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이듬해에도 63경기 1승 3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95에 그치며 이로운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묵직한 돌직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불필요한 볼넷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자초하는 경기가 잦았다.
이로운은 프로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을 외쳤다. 슬라이더 장인이라 불리는 선배 김광현에게 고속 슬라이더를 배웠고, 커브 제구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단조로운 투피치(직구-체인지업) 패턴에서 탈피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해 75경기 6승 5패 1세이브 33홀드(공동 2위) 평균자책점 1.99로 비상하며 구단이 왜 자신을 1라운드에서 지명했는지 제대로 입증했다. 이로운은 별들의 축제인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정규시즌 3위 주역인 이로운은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년 전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때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백업이었던 그때와 달리 올해는 없어서는 안 될 필승조로 사령탑의 선택을 받았다.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가을 공기를 체험한 이로운은 2차전 조기 교체된 선발 김건우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3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4-3 승리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대구 원정은 악몽 그 자체였다. 3차전 ⅔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침을 겪더니 4차전에서 ⅔이닝 2피안타(2피홈런) 1볼넷 3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2-2로 맞선 마운드에 올라 2아웃을 잡아놓고 구자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르윈 디아즈(2점홈런)-이재현(솔로홈런)에게 통한의 백투백홈런을 헌납했다. SSG는 4차전을 2-5로 내주며 정규시즌 4위 삼성에 1승 3패 업셋을 당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평균자책점 12.27로 고개를 숙인 이로운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부족한 실력과 모습 보여드린 거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더 깊은 가을까지 야구할 수 있도록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팬들을 향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이번 시즌도 함께 달려주신 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라고 맺음말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