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은 6-5로 앞선 6회말 수비 때 선두 타자 심우준의 2루타로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손아섭. 볼카운트 1B-2S에서 삼성 벤치는 우완 양창섭 대신 좌완 배찬승을 투입했다.
올 시즌 팀내 홀드 공동 1위에 오른 배찬승은 150km대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주무기. 올가을 무대에서도 위기 상황마다 마운드에 올라 상대 공격을 억제했다. 손아섭과 풀카운트 끝에 중견수 오버 2루타를 허용했다. 6-6 승부는 원점.

포수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라 배찬승을 다독였다. 곧이어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선행 주자는 3루에 안착했고 송구 실책까지 나와 타자 주자는 2루를 밟는데 성공.

이에 삼성 벤치는 배찬승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힘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현빈과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곧이어 노시환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50km 짜리 직구로 던졌고 노시환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채은성에게 1-2루간을 빠지는 안타를 내주며 주자 모두 홈인. 더욱이 우익수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채은성도 2루에 안착했다. 이호성은 하주석을 삼진 처리하며 6회 투구를 마무리 지었다.

삼성은 6-9로 뒤진 9회 선두 타자 이재현의 우중월 솔로 아치와 대타 이성규의 적시타로 1점 차 추격했으나 극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8-9 패배.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타선이 한화의 강한 선발 투수 폰세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냈다. 다만 2사 후 적시타를 내준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배찬승과 이호성에 대해 “아직 젊은 투수들이라서 이겨낼 거로 믿는다.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필승조라서 앞으로 시리즈에서도 해줘야 할 투수들이다. 오늘 경기는 잊어버리고 내일 경기를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다독였다.

박진만 감독은 6회 손아섭과 볼카운트 1B-2S 상황에서 양창섭 대신 배찬승을 기용한 이유를 두고 “번트 실패 상황에서 강한 구위로 압박할 수 있는 투수를 기용했다. 선행 주자를 3루로 안 보내려고 했는데 결과가 조금 아쉽다”고 대답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가을 무대를 경험한 배찬승과 이호성.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부처마다 마운드에 올라 제 임무를 확실히 수행했다.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한화와의 첫 대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고개 숙이거나 위축될 이유 없다. 그 누구도 배찬승과 이호성을 비난하지 않는다. 가슴 쫙 펴고 다시 하면 된다.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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