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외부 FA 시장에서 통 크게 지갑을 열었던 마지막 시기는 2022년이다. 2022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획득한 포수 유강남(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4년 50억원), 투수 한현희(3+1년 최대 40억원)를 데려왔다. 총 170억원을 투자했고 모두 A등급 선수였다. 이전까지 시장에서 잠잠했던 롯데는 모처럼 시장의 통 큰 손님을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의 계약이 3년째가 지난 현재, 170억원의 투자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포수 유강남은 주전 안방마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무릎 수술과 다른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내야수 노진혁도 당초 유격수로 영입했지만 이제는 유격수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노진혁은 올해 28경기 출장에 그쳤다. 모두 계약 3시즌 동안 한 번도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한현희도 올해는 사실상 전력 외 자원으로 전락하면서 1군 3경기 등판에 그치며 2군만 전전했다.




170억원의 선수들이 계약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면 롯데도 한 번 쯤은 가을야구를 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투자는 성공으로 평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의 연봉 총액 규모만 늘리며 경쟁균형세 기준 한도에 임박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170억 투자의 후폭풍으로 2023시즌이 끝나고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외부 FA 영입이라는 취임 선물을 받지 못했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팀의 전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줄 만한 영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김태형 감독과의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롯데는 다시 한 번 FA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 시즌 3위로 가을야구 문턱까지 다가섰지만 거짓말 같은 12연패와 함께 추락하며 7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 했다.


다만 전 소속팀 NC에서도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유격수 출장 빈도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노진혁이 NC에 잔류했다면 내부적으로 점진적인 1루수 전향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노진혁을 풀타임 유격수로 영입했다. 당시 구단 수뇌부가 선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게 지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이었다.
노진혁이 유격수를 보지 못하자 롯데는 다시 내부에서 대안을 찾았지만 마뜩치 않았다. 지난해는 박승욱, 올해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전민재를 주전 유격수로 썼지만 풀타임 유격수의 한계를 확인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등, 수비에 관해서는 최정상급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유격수로 1000이닝 이상을 소화할 정도로 철완이기도 하다. 2023~2024년 유격수 부분 KBO 수비상을 연달아 수상했고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여러모로 롯데로서는 박찬호가 팀에 꼭 맞는 매물이다. 모그룹의 사정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올 시즌의 실패로 인해 투자에 대한 의지가 커지고 있다. 원 소속팀 KIA도 박찬호가 대체불가 자원이기에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화와 4년 50억원에 계약한 심우준이 기준점이 될 것이고 박찬호는 그 이상의 계약을 맺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