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원형 신임 감독은 왜 취임식에서 전임자인 조성환 감독대행을 언급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6월 ‘제11대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계약기간(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첫해 정규시즌 5위, 이듬해 4위에 이어 마지막 해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지며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두산은 곧바로 조성환 QC(퀄리티컨트롤)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뒤 새 감독 선임 없이 조성환 대행 체제로 2025시즌을 마쳤다.
두산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감독 선임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최종 후보로 김원형 감독과 조성환 감독대행이 남은 가운데 수차례의 면접 끝 박정원 구단주가 김원형 단독 후보를 재가하며 제12대 사령탑이 탄생했다.



두산은 “김원형 감독님은 한국 최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이다. 그리고 과거 우리 구단에서 투수코치를 맡아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이력이 있다. 향후 팀이 우승 전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 우승을 이끈 지도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김원형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향후 세대교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예상을 깨고 가장 먼저 조성환 감독대행을 언급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6월 지휘봉을 잡고 초보답지 않은 과감한 리빌딩을 단행하며 박준순, 오명진, 이유찬, 안재석, 김민석 등 어린 야수들에게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치를 주입했다. 두산 김원형호는 내년에도 리빌딩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며, 올해 경험을 쌓은 신예들의 내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량에 벌써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두산이 젊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했는데 내야 쪽에 가능성 있는 좋은 선수들이 많더라”라며 “조성환 감독대행님 이야기하는 건 실례겠지만, 좋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해주신 덕분에 그걸 밑거름 삼아 캠프에서 선수를 체크할 때 도움이 될 거 같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인사했다.

벌써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경쟁 기조도 정했다. 김원형 감독은 “예전부터 어느 특정 선수를 무조건 주전으로 내보내진 않았다. 캠프 때부터 공정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라며 “아마 내가 이런 말 안 해도 다 알 거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가 있는데 그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시범경기 때까지 공정하게 경쟁해서 거기서 가장 좋은 선수가 엔트리에 들어간다”라고 강조했다.
팀이 9위까지 추락한 만큼 선수들에게 모든 걸 맡기는 자율훈련은 없을 전망이다. 적어도 2026시즌 준비는 그렇다. 김 감독은 “내가 어느 정도 선이라는 걸 만들어 놓고 선수들과 소통을 하면서 해야 한다. 요즘 너무 자율, 자율 하면서 자유롭게 운동하는데 조금은 선수들도 다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 스스로 하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스태프에서 조금 끌고 가야할 부분을 많이 느꼈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라고 지휘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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