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독립리그에서 던지던 투수가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완성할 줄 누가 알았을까. ‘대전 예수’라고 불리는 라이언 와이스(29)가 이제는 LG 트윈스를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넘본다.
한화는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1-2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승리했다. 2006년 이후 무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와이스 각각 선발승, 세이브로 경기를 깔끔하게 끝냈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는 불펜 대기를 안 한다. 외국인2명으로 끝낼 생각이다”고 밝혔고, 그 계획대로 잘 이뤄졌다. 폰세가 5이닝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막은 뒤 6회부터 구원으로 나온 와이스가 4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9회까지 마무리했다.


마지막 타자 김헌곤을 3루 땅볼 처리하며 승리가 확정된 순간 와이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듯 몸을 부르르 떨며 포효했다. 1루 덕아웃에서 폰세가 뛰어나왔고, 두 선수가 뜨거운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와이스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크게 제스처가 나온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너무 기쁘다. 이제 4경기만 이기면 우승을 할 수 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고, 집중해서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와이스는 4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흔들리며 패전을 안았다. 그날 아쉬움을 안고 이날 마운드에 오른 와이스는“2차전에서 내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아직 집에 갈 준비가 안 됐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4차전에서 폰세와 함께 불펜 대기까지 했던 와이스는 5차전에서 결국 한국 와서 처음으로 구원 등판했다. 그는 “팀이 나를 불펜으로 기용한 것이 큰 신뢰라고 생각했다. 팀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잘하고 싶었다”며 믿음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와이스는 미국 애틀랜틱 독립리그에서 던지는 무명 투수였다. 지난해 6월 중순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던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와 6주 계약을 하고 한국에 온 임시직 신분이었다. 잠시 스쳐가는 선수가 될 것으로 보였는데 기대 이상 활약으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고, 재계약까지 따내며 몸값이 10만 달러에서 26만 달러, 그리고 올해 풀타임 최대 95만 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올 시즌 30경기(178⅔이닝) 16승5패 평균자책점 2.87 탈삼진 207개로 활약하며 몸값이 아깝지 않은 성적을 낸 와이스는 폰세와 더불어 최고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대전 예수’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그야말로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와이스는 올해 LG전 2경기(12이닝) 1승 평균자책점 2.25 탈삼진 9개로 강했다. 지난 4월29일 대전 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5월29일 잠실 경기에선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LG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와이스이지만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그는 “삼성처럼 LG도 굉장히 좋은 팀이다.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이유가 분명히 있는 팀이다. 하지만 우리도 정말 좋은 팀이고, 치열한 시리즈가 될 것이다”고 명승부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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