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잘하겠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슈퍼 루키’ 배찬승(투수)에게 데뷔 첫 포스트시즌을 치른 소감을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정규 시즌 19홀드를 기록하며 팀 내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김태훈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에 오르며 신인으로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데뷔 첫 시즌부터 큰 무대의 공기를 느꼈다는 건 분명 큰 의미다. 비록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고졸 신인이 긴장감 넘치는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의 성장 과정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2-2로 맞선 8회 무사 3루의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배찬승은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한유섬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을 구했다. 강심장다운 투구에 모두가 감탄을 쏟아냈다.
박진만 감독은 올 가을 무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호성과 배찬승을 두고 “우리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진 선수들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고, 삼진이나 범타로 이닝을 끝낼 확률이 높다”고 극찬했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 역시 후배들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호성과 배찬승은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번 가을야구를 경험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찬승은 올 가을의 기억을 곱씹으며 “잘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잘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는 이어 “가을 무대를 치르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구속도 잘 안 나오고 맞는 공이 많았다”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이 부분을 보완해서 내년엔 더 강한 모습, 더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기다.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시즌 3연전을 치른 느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배찬승 또한 “가을 무대를 치르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거 같다. 구속도 안 나왔고 맞아 나가더라. 이 부분에 신경 쓰면서 내년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대표팀을 거쳤던 배찬승은 이제 또 하나의 무대를 향한다. 그는 최근 K-베이스볼 시리즈 대표팀에 승선해 체코(11월 8~9일, 고척스카이돔)와 일본(11월 15~16일, 도쿄돔)과의 평가전에 나선다.
배찬승은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개인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준비할 생각이다. 정규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3일 부상으로 대표팀 참가가 어려워진 최승용(두산 베어스 투수)과 김영규(NC 다이노스 투수) 대신 이호성(삼성)과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투수)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배찬승은 평소 친형처럼 따르는 이호성과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는 “(이)호성이 형이 간다고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같이 가서 잘해보자는 얘기도 나눴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선은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돔 마운드에 서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배찬승은 잠시 생각한 뒤 “엄청 뜻깊을 것 같다. 한 번쯤 꼭 던져보고 싶었던 무대였다”며 “등판 기회가 생긴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프로 첫 해부터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모두 경험한 ‘슈퍼 루키’ 배찬승. 가을 야구의 짜릿함과 아쉬움, 그리고 도쿄돔을 향한 설렘이 그에게 또 다른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