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수준’이라던 MLB의 비아냥, 이젠 오타니가 MLB를 동네야구로 만들어 버렸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10.29 08: 35

[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8년쯤 됐다. 미국 애리조나의 탬피라는 도시에 눈길이 모인다. LA 에인절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곳이다.
훈련 초반이다. 낯선 이방인이 등장한다. 23살의 오타니 쇼헤이다. 이제 막 미국 도전을 시작하는 루키였다.
백넘버가 잠시 이슈였다. 원한 것은 11번이다. 자신의 일본 시절(니폰햄 화이터즈) 번호였다. 하지만 에인절스에서는 불가능하다. 전 감독 짐 프레고시가 타계(2014년)하며 영구 결번이 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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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선택한 것이 17번이다. 그가 고교(이와테현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 때 쓰던 번호다. 기억하시라. ‘고교 때 번호’다.
그를 둘러싼 스카우트 전은 아직도 생생하다. MLB 30개 구단 거의 모두가 달려들었다. ‘슈퍼 을’을 영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1차 서류 전형을 거친다. 소수의 팀이 선택된다. 이들과 2차 면접 과정을 거친다. 구단 고위층과 감독이 모두 LA로 모인다. VIP의 대리인(네즈 발레로)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심지어 휴가 중이던 간판선수들까지 불려 나온다.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어렵게 영입한 ‘인재’다. 이도류라는 희대의 아이템이 세상의 화제였다.
하지만 웬걸. 막상 뚜껑이 열린다. 그런데 실전(시범경기)은 전혀 기대 밖이다.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일단 투수 오타니는 별 볼일 없었다. 4경기에서 8.1이닝을 던졌다. 그냥 흔하디 흔한 패스트볼이다. 총알 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펑펑 날아간다. 그중 4개는 펜스 너머로 사라진다. 평균자책점(ERA)이 무려 16.21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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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각한 것은 타자 오타니다. 타석에서 아예 춤을 춘다. 허둥거리고, 들썩이고, 깜짝깜짝 놀란다. 한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지명타자로 9게임에 나갔다. 24타수 동안 안타는 2개뿐이다. 1할도 안 되는 타율(0.083)에 허덕인다. 와중에 삼진은 9개나 먹었다.
여기저기서 갸웃거린다. 수군거림도 들린다. 급기야 기사 하나가 뜬다. 아마도 평생 처음 받아보는 치욕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오타니가 잭 고들리(D백스)나 커쇼(다저스)에게 삼진 당하는 모습을 보라.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직구와 싱커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회전수의 커브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맵고, 신랄한 비판이다.
‘관찰 결과, 몸쪽 빠른 공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 그런 스윙 메커니즘을 가졌다. 이 정도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 어렵다. 생산적인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마이너리그에서 500타석 이상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치명적인 결론이다.
‘MLB? 터무니없다. 지금 당장은 고.등.학.교. 수준 밖에 안 되는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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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의 이름도 중요하다. 제프 파산이다.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다. 이쪽 업계에서는 꽤 저명한 인사다.
물론 혼자의 관찰기나 판단, 의견은 아니다. 현직 MLB 스카우트 8명의 분석을 종합한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니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는 주장이다.
그 무렵에는 비슷했다. 커쇼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삼진 뒤에 기자들이 묻는다. ‘상대해 보니 어떻냐’는 질문이었다.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행운을 빈다.”
일본에서도 난리가 났다. 당장 이도류를 때려치우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타자는 무슨. 그냥 투수나 잘해라.’ 하는 얘기다. 작고한 나가시마 시게오가 근심 어린 조언을 보냈다. 장훈, 노무라 가쓰야 같은 전설들도 모두 한마음이었다.
고시엔 시절의 백넘버 17번. 그걸 달고, 겨우 고교생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어제(한국시간 28일) 월드시리즈 3차전이 펼쳐진다. 다저스 대 블루제이스의 대결이다.
타자 오타니는 9차례 타석에 선다. 이런 결과였다.
‘2루타→홈런→2루타→홈런→고의4구→고의4구→고의4구→고의4구→4구’.
4타수 4안타에 볼넷만 5개를 얻었다. 무려 9출루 경기다. 동네야구에서도 나오지 않을 기록이다. 이중 4개는 고의4구다. 이러다가 배리 본즈처럼 만루에서도 고의4구(1998년 5월 28일)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런 타자가 오늘은 또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최고의 무대라는 월드시리즈에서 말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막강함이다. 그런 오타니가 이제는 MLB를 ‘동네야구’처럼 하찮은 레벨로 무릎 꿇린 느낌이다.
(제프 파산 기자는 훗날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반성한다. “친애하는 오타니 씨,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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