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대성 불패’ 구대성(56)이 대전 신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를 통해 1~2차전 2연패로 위기에 빠진 한화에 힘을 불어넣었다.
구대성은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구대성이 차에서 내려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화 팬들이 열화와 같은 환호로 레전드를 맞이했다.
KBO 초청으로 이날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당시 투수와 포수로 배터리를 이룬 구대성과 조경택이 각각 시구, 시포를 맡았다. 두 사람이 우승 직후 포옹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지금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한켠에 사진으로 남아있다.


6개월째 중국 프로팀 장수에서 투수코치로 활동 중인 구대성은 친정 한화가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가운데 대전 신구장에서 첫 한국시리즈 시구자로 초대를 받았다. 현역 시절 특유의 몸을 비틀어 던지는 폼으로 정확하게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을 던져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구대성은 2023년 1월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서 54세 나이까지 현역으로 던진 바 있다.
구대성은 “제가 야구할 때보다 더 떨린다. 새 야구장도 처음 봤는데 너무 멋있다. 제가 있을 때 이런 운동장에서 했으면 더 많이 우승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작년과 비교해 한화가 완전히 달라졌다. 투수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 2군 배터리코치를 맡고 있는 조경택 코치는 “1999년에도 한화에 100승 이상 투수들이 많았다. 마무리로 구대성도 있었지만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문동주가 있는 지금이 개인적으로 지금 더 좋다고 본다”며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그래도 구대성의 존재를 메울 수 있는 투수는 없다.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구대성은 5경기 모두 등판, 1승1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0.93으로 활약했다. 9⅔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았다. 구대성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는 4승1패로 롯데를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공을 받았던 조경택 코치는 구대성의 공에 대해 “최고였다. 그때 (구)대성이 볼을 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폼이 특이하기도 했고, 왼손 타자들이 전혀 치지 못해서 (포수 입장에서) 편했다”고 떠올렸다.
“1999년이면 볼이 많이 죽었을 때인데…”라고 떠올린 구대성은 현재 한화의 마무리를 맡고 있는 김서현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올 시즌 33세이브를 거두며 한화 뒷문을 책임진 김서현은 그러나 시즌 마지막 등판부터 플레이오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맞고 흔들렸다. 지난 1일 문학 SSG전에서 9회 2사 후 현원회, 이율예에게 연이어 투런 홈런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한화의 1위 가능성이 소멸됐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는 6회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구대성은 “(마무리를)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지 않을까 싶다. 부담을 떨치는 건 본인이지만 조언을 해준다면 (타자들) 무조건 잡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존에) 집어넣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삼진을 잡으려고, 안 맞으려고 하는 것보다 무조건 집어넣다 보면 야수들이 잡아주고, 타자들이 쳐준다”는 조언을 건넸다.
구대성은 2018년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을 때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를 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시리즈가 있을 때마다 저를 찾아주셔서 영광이다. 기억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영광이 계속 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두 번째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경택 코치도 “후배들이 많이 긴장한 것 같은데 아까 덕아웃에 가서도 즐겨라는 말을 해줬다. 즐기면 우승 반지가 손에 올 것이고, 잡으려고 하면 도망갈 거라고 했다. 가을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