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계의 차기 메이저리거로 언급되고 있는 강백호(KT 위즈),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김주원(NC 다이노스).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했지만, 메이저리그행을 적극 추천하지는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
강백호는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신인왕을 비롯해 골든글러브 2회 수상(2020, 2021), 올스타 3회(2018, 2019, 2020), 국가대표팀 4회 승선(2019 프리미어12, 2021 도쿄올림픽, 2023 WBC, 2023 아시안게임)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FA 시장의 최대어다.
강백호는 입단 초기부터 해외 진출의 꿈을 키웠고, 작년 10월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혜성(LA 다저스)과 함께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여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MVP 출신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가 소속된 글로벌 에이전시 ‘파라곤 스포츠’와 손을 잡고 미국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송성문은 올해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574타수 181안타)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 .917로 활약했다. 안타, 득점 2위, 2루타 3위(37개), 장타율(.530), OPS 6위, 타율 7위, 타점 8위 등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생애 처음이자 KBO리그 역대 58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강백호와 달리 송성문은 2025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과거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왔던 미국 에이전시 ‘인디펜던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ISE) 베이스볼’과 계약한 그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달 말 귀국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송)성문이 형을 엄청 물어봤다. 미국에서 형을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셋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김주원은 프로 5년차인 올해 알을 깨고 전 경기(144경기) 출전과 함께 타율 2할8푼9리 156안타 15홈런 65타점 98득점 44도루 장타율 .451 출루율 .379로 활약했다. 2023년 아시안게임, 2023년 APBC, 2024년 프리미어12 출전을 통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주원은 올해 초 김도영(KIA 타이거즈), 안우진(키움), 강백호와 함께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가 꼽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는 해외 유망주로 뽑혔다.
강백호, 송성문은 당장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이 진출이 가능하고, 김주원은 조금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걸까. 국내 선수 및 지도자 레슨 차 한국에 잠시 들어와 있는 강정호는 최근 하남 BDC(Baseball Data Center)에서 취재진과 만나 후배들의 미국 진출을 응원하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강정호는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선수는 송성문도 있고 강백호도 있다. 다들 갈 수는 있다. 그런데 김혜성(LA 다저스)처럼 된다면 쉽지는 않다. 마음고생은 마음고생대로 하고, 경기는 뛰지 못한다. 야구선수라는 게 경기를 뛰어야 재미있는 건데 우리가 벤치에 앉으려고 메이저리그에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혜성의 경우 미국 최고 명문 LA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첫해 벤치워머로 전락하며 정규시즌 71경기 출전과 함께 포스트시즌 15경기 연속 선발 제외됐다. 14경기 결장이다.

결국 한국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건데 문제는 KBO리그를 폭격하고 미국에 간 이정후조차 각종 시행착오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 강정호는 “경쟁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이겨낼 수 있으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 만만치 않은 경쟁을 각오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라며 “솔직히 어느 누가 도전을 못하겠나. 이정후처럼 주전을 보장받고 가는 게 베스트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도전은 가능하다”라고 바라봤다.
김주원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 (김)하성이를 봤을 때 잘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어느 정도로 잘 성장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김주원도 같은 케이스다. 아직 도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계속 성장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빅리그 성공의 전제 조건은 KBO리그에서의 기량과 성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정호는 “한국을 얼마나 씹어 먹고 미국에 갈 것인가. 한국에서 그냥 단순히 골든글러브를 받는 수준이면 성공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MVP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정후도 힘들어하지 않나. 한국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미국에 가면 약점이 도드라진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면 지금부터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