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일전을 앞두고 있는 사령탑이었지만, 선수단의 긴장을 풀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가진 훈련 세션에서 김혜성과 달리기 경주를 펼쳤다. 1루에서 3루까지 누가 먼저 도달하는지 내기하는 듯 했다. 현역 김혜성은 1루에서 출발하는 페널티를 안았고 로버츠 감독은 1루와 2루 사이 3분의 1 지점에서 먼저 출발했다.
현역 시절 30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도루로 명장면까지 연출했던 ‘대도’ 로버츠 감독이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다. 김혜성과 대결 도중 2루를 지난 위치에서 앞으로 꽈당 넘어졌다. 모두가 걱정하며 로버츠 감독에게 다가갔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로버츠 감독의 ‘몸개그’에 월드시리즈 패퇴 위기의 다저스 선수단의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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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6차전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로버츠 감독과 김혜성의 달리기 경주에 대한 얘기가 첫 질문이었다. 현지 취재진은 “오늘 대주자로 뛸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고 로버츠 감독은 “약을 먹었고 괜찮다. 오늘 거의 출전할 것 같다. 회복이 잘 됐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했는데 유격수 쪽에서 얼굴로 미끄러졌다. 이제 제 인생에서 전력질주는 그게 마지막일 것이다. 내기에서 진 것도 있었고 약속을 지켰다”며 “가족 채팅방이 아주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엄청 창피해 하더라"고 웃어 넘겼다.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월드시리즈 2연패가 물거품 될 위기다. 홈에서 열린 3경기에서 1경기만 잡아내는 충격적인 결과. 특히 3차전 18회 연장 승부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리는 듯 했지만 이후 내리 2경기를 패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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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수단의 의지를 활활 타오른다. 전날 토론토 이동 이후 자율 훈련을 부여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단이 나와서 마치 원래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던 듯, 훈련을 실시했다. 로버츠 감독은 “하루 경기 없는 휴식이 리셋이 됐다. 18이닝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런 뒤에 하루 쉰 건 정말 중요했다. 선수들에게 훈련은 선택이라고 했지만 아무도 쉬겠다고 하지 않았다. 정말 가슴이 뛰었다”며 “그게 저를 정말 신나게 했다. 모두 다시 움직이고 몸을 풀고 싶어했다. 오늘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지만 정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며 선수단을 치켜세웠다.
일단 타선이 터져야 한다. 타선도 다시 한 번 조정했다. 김혜성의 이름은 없었지만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로버츠 감독의 운영이 바뀌었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 윌 스미스(포수) 프레디 프리먼(유격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 맥스 먼시(3루수) 키케 에르난데스(좌익수) 토미 에드먼(중견수) 미겔 로하스(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에드먼이 중견수로 이동하고 로하스가 2루수에 포진한 게 포인트. 월드시리즈 타율 1할3푼의 무키 베츠도 4번 타자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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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은 “오늘 로하스를 꼭 넣고 싶었다. 우리 팀의 접착제 같은 선수였다. 그가 들어오면 타선과 수비 모두 에너지와 집중력이 생긴다. 다른 누구에게 불만은 전혀 없다”면서 “에드먼은 중견수 자리에서 계속 뛸 수 있다고 말해왔다. 발목 상태도 경기가 가능한 수준이다. 중견수 경험도 많고 로하스와 함께 라인업에 넣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해결사가 되어야 하는 무키 베츠에 대해서는 “어제 정말 좋았고 오늘도 스윙의 감각이 괜찮다고 했다. 타격코치들도 같은 말을 했다. 좋은 투수들을 상대해야 해서 승부가 힘들겠지만 스윙 매커니즘이 지난 주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부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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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차전 선발 투수였던 오타니 쇼헤이의 불펜 기용에 대해 이날은 선을 그었다. 7차전까지 갔을 때는 다르다. 그는 “오늘 오타니를 투수로 기용할 생각은 없다. 7차전에 가면 그때 얘기를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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