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늦게 핀 꽃이 오래간다고"…'불펜 최다 82⅓이닝' 마당쇠가 피워낸 꽃,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11.05 14: 40

올해 프로야구 불펜진에서 가장 많이 마운드로 호출된 선수는 정현수(롯데)로 무려 82경기에 출장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소화한 이닝으로 따지면 NC 다이노스 전사민이 가장 많았다. 전사민 역시 적지 않은 74경기에 출장했고 이닝은 82⅓이닝을 소화했다. 필승조 추격조 상황을 가리지 않았고 때로는 롱릴리프 역할까지 소화했다. 올해 NC 불펜의 마당쇠였다. 데뷔 후 가장 많이 모습을 드러낸 시즌이었다. 74경기 82⅓이닝 7승 7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26, WHIP 1.45의 성적이었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후라도가 방문팀 NC는 구창모가 선발 투수로 출전했다.NC 다이노스 전사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5.10.06 / foto0307@osen.co.kr
특히 팀이 기적의 질주를 이끌어 낸 9월 이후 전사민은 말 그대로 불태웠다. 팀이 치른 24경기 중 18경기에 등판해 23⅓이닝 2승 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4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막판 9연승과 함께 팀의 5위 등극을 이끌었다. 

NC 전사민/cej@osen.co.kr

NC 다이노스 전사민 / foto0307@osen.co.kr

2019년 신인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입단한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34경기 50이닝에 그쳤지만 올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가능성만 갖고 있었던 투수의 잠재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2024년 마무리캠프부터 준비했다. 투구판 위치를 1루 쪽으로 옮겨 밟으면서 무브먼트가 강한 150km 안팎의 패스트볼을 존 안으로 집어넣었고 영점 조정에도 성공했다. 
“일단 지난 비시즌 동안 아프지 않고 내가 그동안 준비하고 숙제로 삼았던 것들만 다 끝내면서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려고 했다. 그동안 캠프 완주를 못했기 때문에 그냥 아프지만 말자고 했다”고 지난 1년 전 가을을 되돌아 본 전사민이다.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KIA는 양현종을, 원정팀 NC는 라일리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8회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NC 전사민이 기뻐하고 있다. 2025.03.23 /cej@osen.co.kr
물론 출발이 순탄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개막전 KIA와의 경기, 2-1로 앞선 8회 올라와 필승조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당시 KIA 소속이던 최원준에게 우전안타, 박찬호에게 볼넷, 나성범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후 위즈덤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결국 전사민의 책임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튿날 경기는 달랐다. 5-3으로 앞선 8회에 다시 올라왔고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바로 홀드를 기록, 반등에 성공했다. 
전사민은 당시를 되돌아 보며 “타이트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중요 보직으로 등판했는데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드디어 내가 이런 상황에도 나가보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하던것만 하자고 했는데 아쉬웠다”면서 “하지만 그래도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실패를 극복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 무대의 마운드에 서기도 했다. “확실히 재밌었다. 팬분들의 뜨거운 열정이 더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한다. 1년 동안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많은 공을 던진 불펜 투수가 이듬해 구위 저하로 부진하거나 수술대에 오르는 사례를 많이 지켜봤다. 안 그래도 이전까지 잦은 부상으로 잠재력을 펼치지 못했던 투수였다.
24일 창원NC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NC는 목지훈이, 방문팀 KT는 배제성이 선발 출전했다. NC 다이노스 전사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5.07.24 / foto0307@osen.co.kr
그는 “제가 이렇게 많이 던져본 시즌이 없었고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코치님, 트레이너 코치님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조언을 구하면서 짜주신 스케줄대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좋으신 코치님과 유능하신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저 같은 선수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니까 시키는대로 묵묵하게 잘 수행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도 당연히 걱정이 크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주위에서는 ‘괜찮냐’고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힘들다고 느끼지도 않았다”면서 “정말 관리 잘해야 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안주하지 않고 준비를 더 잘해서 더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잘 준비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OSEN DB
“올해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하는 전사민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긴다. 그는 “정말 가까이에 있는 인생 스승이자 멘토가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께서 항상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간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며 “그동안 잘 가다듬고 잘 준비했으니까 2025년부터 꽃을 피울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더 꽃이 필 수 있도록 잘 준비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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