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9위 수모를 겪은 두산 베어스가 김원형호 출범과 함께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지옥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령탑 주도로 디펜스 데이라는 추가 펑고 시간이 마련됐는데 내야수 박지훈은 “5분 만에 다리가 안 움직였다”라는 충격 후기를 전해 그 강도를 실감케 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있는 두산 관계자는 6일 “선수단 내야진이 차례로 지옥의 디펜스 데이를 소화 중이다”라고 캠프 소식을 전했다.
두산 마무리캠프 야수진의 오후 스케줄은 타격, 주루, 수비 순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3일 시작된 훈련 두 번째 턴부터 김원형 감독의 의견으로 디펜스 데이가 새롭게 마련됐다. 이는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오후 훈련 열외 후 보조구장 3루 베이스 근처에서 펑고만 받는 훈련으로, 두산 관계자는 “야구공 약 300개가 들어가는 노란 박스를 모두 비워야 훈련이 종료된다”라고 설명했다.



디펜스 데이의 담당 지도자는 홍원기 수석코치와 서예일 퓨처스팀 수비코치다. 그리고 이를 최초로 제안한 김원형 감독도 매일 보조구장에서 독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두산 관계자는 “야수가 선상 쪽 깊은 타구를 놓쳤을 때 ‘실전이라면 선상 수비를 지시하지 않은 수비코치 미스’라고 격려하면서도 아쉬운 실수에는 ‘한 발 더 움직여’라고 메시지 주기도 했다”라고 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홍원기 수석코치는 “힘들다고 비행기 타고 한국 가면 안 된다”라고 훈련장 분위기를 풀어줬고, 선수들은 연이은 강습타구에 악을 내지르면서도 “이제부터 안 놓칩니다, 하나도 못 지나갑니다, 더 세게 주십시오, 내일도 시켜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의지를 불태웠다.



서예일 수비코치는 “매일 1~2박스씩 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빠른 템포로 펑고를 받으며 힘이 빠지면 자연스레 힘을 뺀 채 글러브 핸들링을 하는 게 익숙해진다. 어려운 타구를 보면서 감각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 또 멘털적으로 타구 하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펜스 데이의 첫 시작은 3일 내야수 박지훈이었다. 당초 젊은 내야수들 위주로 진행 예정이었으나 지옥의 펑고를 자청한 박계범이 4일, 오명진이 5일 차례로 디펜스 데이를 소화했다.
박지훈은 “힘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첫 타구를 받자마자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5분 만에 다리가 안 움직였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등부터 허리까지 온몸이 뭉쳤지만,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1시간 넘는 펑고에도 지친 기색 없이 독려해주신 서예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지옥훈련을 자청한 박계범은 “군 입대 후 이런 집중 수비 훈련은 처음인 것 같다.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핸들링하는 것들이 실전에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게 크다. 몸은 힘들지만 노란 박스가 텅 빈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 두산 내야진 최고의 히트상품인 오명진도 절실함을 갖고 지옥훈련에 임했다. 그는 “정말 힘들지만, 성취감이 확실하다. 어떤 타구든 잡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힘 빼고 타구를 쫓게 되는 동시에 슬라이딩도 원 없이 연습한 느낌이다”라고 웃으며 “내년 최소실책을 목표로 수비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