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2시즌 동안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타자를 보유했다. 최근 2시즌 동안 함께한 빅터 레이예스는 2년 연속 전경기에 출장하며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특히 2024년에는 2014년에 기록한 서건창의 201안타 기록을 10년만에 갈아치우는 위업을 달성했다.
2024~2025년 타율 3할3푼9리(1147타수 389안타) 28홈런 218타점 OPS .883의 기록을 남겼다. 이 기간 타율, 최다안타, 2루타는 모두 1위, 타점은 2위다. 단순히 타점만 많은 게 아니다. 최근 2시즌 동안 승부처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였다.



경기 막판인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타율 4할5리(158타수 64안타) 4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7회 이후 득점권 상황에서도 타율 4할9푼3리(73타수 36안타) 5홈런 54타점을 기록했다. OPS가 무려 1.378에 달한다.
이런 타자를 보유하고도 롯데는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레이예스 외의 타자들의 위압감이 부족했기 때문. 7회 이후 득점권 상황에서 레이예스는 노시환(한화)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12개의 고의4구를 얻어냈다. 특히 올해만 10개의 고의4구를 얻어냈다. 홈런왕 삼성 디아즈(10개)보다도 많았다. 레이예스만 피하면 된다는 상대의 승부 방식이었다.
하지만 레이예스 역시도 승부처 상황에서 상대가 두려움을 갖고 있을 지언정, 한 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레이예스는 중장거리 타자 유형이다. 홈런은 2시즌 동안 15개, 13개를 쳤다. 총 28개에 불과하다. 부족한 홈런은 2루타로 채워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롯데 타선의 중심을 잡아왔지만 상대에 타선의 위압감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한 방이 필요한 순간에 그 한 방이 없어서 아쉬움을 남긴 경기들도 적지 않았다. 시즌 전체 OPS가 다른 특급 타자들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것도 홈런이 부족했기 때문.

외국인 타자에게 필요한 홈런은 없지만 그 외에 필요한 해결사 능력을 갖췄다. 수비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비를 아예 못하는 편도 아니다. 무엇보다 2년 연속 전경기 출장을 달성하는 강인한 체력과 의지를 가졌다. 작은 부상들이 있었지만 경기에 지장이 갈 만한 통증까지 이어지지 않게 관리가 됐다. 또한 외야진 누군가가 힘들어 하고 부상일 경우 군말없이 자신의 통증도 숨기며 경기에 나섰다. 관리를 받지 않고 이 정도의 성적을 찍어줬다는 것 자체가 큰 기여도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롯데가 교체를 고민하는 건 결국 외국인 타자들이 보여줘야 할 장타력, 그리고 현재 팀 타선의 체질과도 관련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배부른 고민일 수 있지만, 롯데의 장타력 부재는 상당히 심각했다. 현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온 유일한 거포 자원인 강백호와 계속 연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팀 홈런 100개를 넘기 못한 팀은 롯데가 유일했다(75개). 올해 팀 내 홈런 1위가 13개의 레이예스였다. 팀 내 홈런 2위는 10개를 넘지 못한다.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했던 윤동희와 4월까지 맹폭격 이후 끝모를 부진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 나승엽이 각각 9개를 쳤다. 그 다음이 최고참 전준우의 8개다. 6m에 가까운 담장을 다시 내리고 타자들의 장타력 증강을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인 사직구장을 홈으로 쓰고도 롯데의 장타력, 특히 홈런 생산력은 늘어나지 않았다.
국내 타자들의 장타력 증강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 타자들이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데, 레이예스로는 한계가 있었다. 땅볼/라인드라이브 유형의 타자이기에 병살에 대한 위험도 적지 않았다. 2년 간 땅볼/뜬공 비율이 2024년 1.26, 2025년 1.28이었다. 지난해 병살타 16개, 올해는 25개를 기록했다.
배드볼 히터의 유형이라 또 타격감이 안 좋을 때에는 정교한 컨택까지도 흔들린다. 물론 레이예스는 그동안 이 기간을 짧게 가져가고 빠르게 조정하면서 훌륭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시즌 중 “3할에 100타점 치는 타자를 어떻게 바꾸나. 타자는 투수보다 더 변수가 많다”라면서 레이예스를 교체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강백호를 정말로 영입하게 된다면 레이예스와의 결별도 고민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백호는 올해 홈런 15개를 기록했지만 20홈런 이상 3차례를 때려냈고 2022~2023년의 부진을 조금씩 털쳐내고 있다. 장타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는다면 30홈런까지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다. 포지션 중복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한 팀 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거포 자원이라고 봐도 무방한 한동희도 상무를 폭격하고 전역한다. 레이예스가 채워주지 못하던 홈런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수도 있다.
강백호와 한동희 그리고 레이예스까지 모두 공존을 시킬 수 있다면 롯데 타선은 더더욱 막강해진다. 레이예스와 결별이 아닌 동행과 조화로 타선의 힘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과연 롯데는 레이예스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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