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홍민기는 2025년 롯데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한 명이다. 올해 25경기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09(32이닝 11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겉보기에는 잠깐 활약한 선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5월 중순 1군에 올라온 홍민기는 연신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좌완 투수로 최고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상대 타자들을 녹였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홍민기의 패스트볼에 꼼짝도 못했다.
6월 18일 사직 한화전 깜짝 선발 투수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깜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22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구원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당시 홍민기는 3-6으로 뒤지던 경기를 9-6 역전승으로 이끈 주역으로 등극했다. 두 차례 롱릴리프로 연이은 호투 이후 홍민기는 1군 불펜진에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6월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좌완 필승조 한 자리를 차지했다. 7월 8일 두산전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대부분 불펜 필승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후반기를 앞두고는 김태형 감독이 필승조로 확실히 못 박았다. 1이닝 이상을 던지는 좌완 핵심 필승조로 중용을 받았다.
6월 27일부터 8월 중순까지 홍민기는 19경기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52(23이닝 9자책점)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 한 차례(7월 8일 두산전(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을 제외하면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다.
아울러 한 번에 대량 실점을 한 2경기를 외하면 대부분의 경기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7월 22일 키움전 ⅔이닝 3실점, ⅓이닝 4실점을 기록한 7월 30일 NC전, 2경기에서 7실점을 헌납했다. 그 외에는 충분히 성공적인 필승조 연착륙이었다.

그런데 8월 17일 삼성전, 8월 19일 LG전에서 연달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항간에는 ‘입스’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세가 발생했다고 했다. 팔꿈치 통증도 함께 찾아왔다.
물론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것은 맞지만, ‘입스’라는 단어가 거론되자 선수 역시도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 ‘입스’라는 얘기가 거론된 순간에도 홍민기는 팔꿈치 통증을 관리하면서 꾸준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도 잠시 방황했던 홍민기다. 구단은 그 시간을 기다렸고 일본 지바에 위치한 ‘넥스트 베이스’ 아카데미에 2주간 보내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 이미 한 번의 좌절을 극복했고 도파민 터지는 성공의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렇게 홍민기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공을 던지려고 한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할 만큼 몸과 마음 상태가 호전됐다. 홍민기는 다시 사직의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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