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1차지명 유망주와 파격 지명을 받고도 제구 난조에 아픈손가락이 된 애증의 투수를 살리기 위해 프로야구 대표 투수 조련사들이 직접 나섰다.
8일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 마무리캠프 세 번째 턴 훈련 첫날. 김원형 감독은 훈련 시작에 앞서 투수조 미팅을 열고 “여기는 본인이 부족한 점을 메우는 곳이다. 따라서 마운드에 자주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틀 이상 올라가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스케줄 상 던지는 날, 던지지 않는 날이 구분돼 있지만, 그래도 자주 던져야 한다. 100%가 아니어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좋겠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두산이 제공한 캠프 일일 스케줄에 따르면 이날 불펜피칭이 잡힌 투수는 박신지, 이병헌, 김민규 총 3명이었다. 그런데 이들 외 이주엽, 김유성, 홍민규가 사령탑의 바람대로 투구를 자청하며 스케줄에 없는 불펜피칭에 나섰고, 감독과 코치들의 특급 피드백과 함께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김원형 감독이 유심히 지켜본 투수는 이주엽이었다. 이주엽은 성남고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지명되는 영예를 안았지만, 올해까지 6시즌 동안 1군 등판은 4경기가 전부다. 첫해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10을 남기고 부상과 부진, 병역 등으로 인해 1군서 자취를 감췄다. 이주엽의 1군 마지막 경기는 2020년 9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2021년 2월 육군 현역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으나 1군 복귀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이주엽이 공을 던질 때마다 투구폼과 습관을 지적했다. 무의식 중에 나오는 잘못된 버릇을 알려주자 현장에서 즉시 바로 개선 효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원형 감독은 이주엽이 피칭 막바지 볼을 남발하자 “이제 나와라. 이미 경기는 밀어내기로 졌다. 그런데 다 끝나고 보면 아쉽지 않나”라고 애정 어린 쓴소리를 했다. 이후 개선 사항을 하나씩 짚어준 뒤 “저녁에도 연습을 해라”라고 지시했다.

올해 1군에 데뷔해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낸 홍민규를 향해서는 “나이스볼”을 연발했다. 그러면서 “넌 제구가 좋으니 각 구종 별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한 구종을 3~4개씩 던지면서 그 구종을 확실하게 익히는 습관을 들여라”라는 피드백을 남겼다.
친정으로 컴백한 정재훈 투수코치는 김유성을 맨투맨 지도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라운드 19순위로 뽑힌 김유성은 극심한 제구 난조에 위력적인 구위가 묻히는 애증의 투수다. 1군 3시즌 통산 성적은 31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7.66으로,. 51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사사구 58개를 내줬다. 정재훈 코치는 김유성이 공을 던질 때마다 “만족스러운 공이었냐, 네 목적과 같은 공이었냐”라고 물으며 선수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불펜피칭 종료 후 만난 김원형 감독은 “아직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시기다. 처음부터 갑자기 많은 걸 지시하고 지도하면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큰 틀이 아닌 기본적인 중심 이동, 자세, 그립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공 던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김유성의 경우 제구가 돼야 경기에 나가서 뭔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현재 투구폼 교정 작업에 들어갔으며, 지속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만드는 게 목표다. 난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라고 총평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