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두려움도 넘었다…손동현·원상현, KT 필승조의 성장이 시작됐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5.11.09 19: 45

프로야구 KT 위즈 계투진의 키를 쥔 손동현과 원상현이 ‘2025 타오위안 아시아 프로야구 교류전’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13홀드를 거두며 2년 만에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린 손동현과 올 시즌 14홀드를 따내며 필승조의 핵심 멤버로 급부상한 2년 차 원상현 모두 152승 레전드 출신 이강철 감독이 기대하는 카드다. 
이들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상대로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KT 손동현 2025.04.09 / soul1014@osen.co.kr

-이번 교류전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었나.
▲손동현 : 일본 투수들의 실력이 좋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던지는 걸 보며 배울 점도 있을 테고, 투수 입장에선 여러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는 것도 공부가 될 거다. 그러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다. 실제로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원상현 : 저는 대만에도 처음 왔고, 일본 구단과도 경기한 적이 없다. 평소 일본 프로야구를 좋아해 궁금했던 게 많다. 실제로 수준이 어떨지, 배울 점이 많을지 궁금했다. 결과를 떠나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이 좋다. 힘을 역동적으로 쓰는 저와 달리, 시속 150㎞의 공도 몸을 부드럽게 써 던지더라. (골든이글스전에서) 1이닝 무실점했는데, 감독님께서도 ‘한국에서도 제발 이렇게 던져 달라’고 하셨다(웃음). 주자를 내보내도 여유롭게 던진 게 주효했다.
KT 손동현 2025.04.09 / soul1014@osen.co.kr
KT 원상현 2025.04.11 /sunday@osen.co.kr
-대만에선 손동현을 ‘포크볼의 마법사’로 소개했다. 올해 새로 장착한 구종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손동현 : 우리 구단 관계자 분이 대만에서 저를 소개한 자료를 보내줘서 알게 됐다(웃음). 대만 분들이 제 정보를 직접 찾아 쓰신 거라고 한다. 올 시즌 초반에도 말했듯 타자들이 (포크볼에) 적응하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후반기 들어선 적응한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 마무리캠프로 일본 와카야마에 간 거다. 코치님이 ‘(구종을) 하나 더 만들자’고 하셨다. 슬라이더 같은 움직임의 공을 하나 더 만들면 내년에는 더 수월할 것 같다. 공이 갈라지는 궤적에 차이를 두면 훨씬 유리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교류전이 와카야마에서 연습한 걸 시도할 기회였겠다.
▲손동현 : 그렇다. 당장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실전에서 연습한 구종을 많이 던지며 감각을 익히려고 했다. (골든이글스전에서) 몇 개 정도 시도했는데, 손에 좀 더 익혀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승승장구하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내년 준비를 위해선 지금 이 시기에 정립해둘 게 많을 것 같다.
▲손동현 : 학생 때부터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다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잘나가다 부상이 찾아왔다.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역시도 경험 같다. 그동안 다친 적이 없으니 관리를 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충실히 하진 않았을 수 있다. (공교롭게 다친 시기에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정말 힘들었다. 잘하고 있었으니까요.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도 행여 놀라실까 전화를 못 걸겠더라. 그래도 이번 경험으로 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이전보다 보강 운동의 비중도 좀 더 늘렸다.
그리고 하루는 LG 트윈스가 원정경기를 왔는데, 비가 와서 우리 쪽 실내 연습장에서 원정팀 선수들이 훈련했다. 그때 김진성 선배에게 먼저 인사했다. 보강 운동을 엄청 많이 하는 분으로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인사 드리니 ‘아프지만 않았다면 네가 톱클래스 불펜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거다. 투수는 365일 보강 운동을 달고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실제로 대단한 성적까지 내시니 느낀 게 정말 많았다. 진성 선배는 물론, SSG 랜더스의 (노)경은 선배, 우리 팀의 (우)규민 선배 모두 대단한 분들이다.
-올해 처음 불펜에 투입된 원상현도 손동현을 보며 느낀 게 있겠다.
▲원상현 : 캠프 때부터 (손)동현이 형을 계속 믿고 따랐다. 저는 첫 시작을 선발로 했다. 그땐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시즌 시작되고 나선 계속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올해 형이 다친 뒤로 저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형의 역할이 엄청 크지 않았나. 제가 아무리 잘해도 메울 수 있는 몫이 아니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넌 이제 신인도, 어린이도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형의 몫을 메우려고 노력했다. 때론 긴 이닝도 소화하며 형의 빈자리를 느끼기도 했다. 힘들 때면 형에게 전화해 ‘언제 복귀하냐’고 투정도 부리곤 했다.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KT는 조이현, 방문팀 KIA는 애덤 올러를 선발로 내세웠다.5회초 마운드에 오른 KT 원상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5.06.01 / dreamer@osen.co.kr
-불펜으로 전환한 뒤 곧바로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올해 마음가짐도 다르겠다.
▲원상현 : 얼마 전 월드시리즈를 보다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보며 입을 다물게 됐다(웃음). 그동안 제가 한 변명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는 걸 보며 느낀 게 많았다.
▲손동현 : 월드시리즈 다음날 와카야마에서 일본 사회인(실업) 팀과 연습경기가 있었다. 그날 (원)상현이가 등판했는데, 가슴 속에 무언가 끌어 올랐는지 마운드 위에서 혼자 영화를 찍는 거다(웃음). 그때 점수가 10점 차였는데….
▲원상현 : 오랜만에 던진 거여서 끌어 오른 게 있긴 했다.
-이번 교류전에선 일반적인 연습경기와 달리 구장, 관중, 응원단 모두 갖춰져 동기부여가 됐겠다.
▲손동현 : 우리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내년에는 한국으로 오시면 가을야구를 보여드리겠다. KT의 가을야구를 보러 한국에 오시라.
▲원상현 : 구장 내 스피커도 굉장히 크고, 다시 한번 끌어 오르게 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필승조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나.
▲손동현 : KT 투수진의 일원인 게 자랑스럽다. 자부심을 느낀다. 투수 입장에선 타이트한 상황에서 던지는 게 성취감의 측면에선 더 짜릿하다. 반대로 못 던졌을 때 감수할 몫도 크지만, 점수 차가 큰 것보다 집중력도 다르게 나타난다.
▲원상현 : ‘이 형들과 내가 한 필승조에 묶이다니’라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다. 동현이 형, (박)영현이 형 이름 앞에 제 이름이 써 있는 걸 보면 신기했고, 흥분됐다. 기분도 정말 좋았다. 단순히 좋은 거에만 그치지 않고 형들의 루틴도 따라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 난 그동안 루틴을 꾸준히 하던 선수가 아니었다. 형들을 보며 느낀 게 정말 많았다. 확실한 저만의 루틴을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찾아서 정립하겠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아랑곳하지 않고 지키는 루틴을 말이다.
-주위에 배울 점 많은 선배 투수들도 적지 않다.
▲손동현 : 그렇다. (고)영표 형을 비롯한 선발투수들도 마찬가지고, (우)규민 선배처럼 800경기 넘게 뛴 선배도 계신다. 우리 팀은 저 스스로 운동을 잘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원상현 : 그렇다. 신인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 왜 이렇게 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주변의 좋은 선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 잘 성장하고 싶다. 성장이 돼야 한다. 후회가 되면 안 된다.
-마무리캠프부터 내년 시즌 초석 쌓고 있다. 다음 시즌 목표가 궁금하다. 
▲손동현 : 가을야구다. 매 시즌 하다 안 하니 ‘모두가 가을야구 하려고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하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조건 가을야구 가고 싶다. 그리고 매년 똑같다. 안 아프고 싶다. 아프지 않으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결과가 안 나오면 그만큼 준비가 덜 된 거라고 받아들이겠지만, 어쨌든 후회 없이 잘 준비하겠다.
▲원상현 : 저도 가을야구다. 저는 가을야구 무대에 아직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는 엔트리에 등록돼 있었지만, 공은 못 던졌다. 그런데 보는 것만으로 정말 재미있더라. ‘저도 저기서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론 까불지 않고 겸손하게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찬가지로 건강히 야구하고 싶다.
24일 창원NC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NC는 목지훈이, 방문팀 KT는 배제성이 선발 출전했다. KT 위즈 원상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07.24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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