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은 9위 두산 베어스를 어떻게 탈바꿈시킬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우승 감독은 내년 시즌 두산의 2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를 확신했다. 그리고 임기 내 한국시리즈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마무리캠프를 지휘한지도 어느덧 열흘이 넘게 흐른 상황. 김원형 감독은 향후 베어스의 미래를 이끌 좋은 선수들이 보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특히 야수진에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제 이들이 스스로 꾸준히 노력을 한다면 더 좋은 선수들이 될 거 같다. 투수 파트도 재미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제구에 대한 신경을 더 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2021년까지 프로야구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룬 두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9위-5위-4위-9위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야구명가의 위용을 잃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4위를 해내고도 5위 KT 위즈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초 업셋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박정원 구단주가 직접 나서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으나 2022년 이후 3년 만에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이에 김원형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마무리캠프 방향성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설정했다. 9위까지 떨어진 야구명가를 재건하기 위해 미래가 창창하거나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을 선별해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선택 받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부터 4일 턴으로 이른바 지옥훈련을 소화 중이다.
김원형 감독은 ‘디펜스 데이’를 신설해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지옥의 펑고를 받게끔 하고 있다. 박계범, 박지훈, 박준순, 오명진 등 향후 두산 내야를 이끌어야할 미래들이 미야자키 흙에서 구르고 뒹굴었다. 투수조를 향해서는 “마운드에 이틀 이상 오르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스케줄상 공을 안 던지는 날이어도 스스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좋겠다. 여기는 부족한 점을 메우는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취임식에서 임기 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친 김원형 감독은 부임 첫해 가을야구 진출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았다. 김원형 감독은 “내년에는 무조건 가을야구를 해야 한다. 마무리캠프 선수단에 개인훈련 중인 주전들이 더해지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산은 가을야구를 갈 수 있는 전력이다”라고 선언했다.
김원형 감독은 과거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 한국 최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첫해 가을야구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이는 성에 차지 않는다. 김원형 감독은 “가을야구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난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보통 계약 기간 내 우승을 목표로 설정하는데 난 그냥 무조건 첫해부터 두산이 잘했으면 좋겠다. 우승을 언제 하겠다가 아닌 매 시즌이 우승 도전이다”라고 밝혔다.
우승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선 외국인선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앤더스 톨허스트, 로니 치리노스, 오스틴 딘, 2위 한화 이글스는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루이스 리베라토 등 정상급 외인들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반면 두산은 믿었던 에이스 콜어빈의 극심한 부진과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기대에 못 미친 퍼포먼스로 인해 외국인 덕을 크게 보지 못했다.

김원형 감독은 “SSG 감독 시절 처음 계약한 외국인선수와 온전히 한 시즌을 보낸 기억이 없다. 다들 부상 또는 부진을 이유로 시즌 도중 낙마했다”라며 “물론 폰세, 와이스급 외국인투수를 영입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1년 내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왔으면 좋겠다. 외국인투수라면 1년에 최소 25경기는 나가줘야 한다. 그래야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생긴다”라고 바라봤다.
두산의 2026시즌 외국인농사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일단 콜어빈과는 결별이 유력하다. 남은 건 잭로그, 케이브인데 외인 스카우트팀이 미국 현지에서 리스트업을 하며 더 좋은 선수를 물색 중이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두산 고위 관계자는 “케이브의 경우 워크에식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올해 프로야구를 경험했으니 내년 퍼포먼스가 더 좋아질 거 같기도 한데 일단 미국에 더 좋은 선수가 있는지 스카우팅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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