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최원준을 다 잡아 달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원형 신임 감독의 요청에 프런트가 응답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8일 2026년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30명 중 FA 승인 선수 21명 명단을 공시했다. 두산은 김재환이 구단과 면담 끝 FA 신청을 포기하며 투수 이영하, 최원준, 외야수 조수행 등 총 3명이 9일부터 해외 구단 포함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최원준은 A등급, 이영하, 조수행은 B등급을 부여받았다.


두산 제12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원형 감독은 지난달 23일 취임식에서 “팀에 와보니 내부 FA가 중요한 거 같다. 사장님, 단장님과 FA 이야기는 아직 안 했는데 욕심 같으면 내부 FA와 다 계약했으면 좋겠다. 일단 1차적으로 그게 우선이다. 구단에서 힘 좀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프런트를 향해 집토끼 단속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약 3주가 흘러 FA 시장이 정식 개장했고, 8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은 “현재 투수들을 대략적으로 선발, 불펜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관건은 FA 선수들이다. 최원준, 이영하가 계약을 하면 내년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텐데 정말 다 필요한 투수들이다”라고 다시 한 번 이들의 잔류를 바랐다.
지난 10일 두산 고영섭 대표이사, 김태룡 단장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가 펼쳐지고 있는 아이비 스타디움을 찾아 김원형 감독과 제법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표이사와 단장이 캠프지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건 늘 있는 일. 그런데 이번 만남이 유독 시선을 모은 이유는 FA 이슈가 야구게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산이 FA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대표이사, 단장과 면담을 마친 김원형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사장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감독 계약하고 처음이다”라며 “전체적으로 마무리캠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드렸다. 선수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사장님이 한국에서 듣고 오셨더라”라고 밝혔다.
대화 주제에는 FA와 관련된 이슈도 포함돼 있었다. 김원형 감독은 “사장님이 FA와 관련해 구단 내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급하고 그러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최원준, 이영하 모두 구단 1차지명 출신이다. 최원준은 한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며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최근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전천후 요원으로 팀에 헌신했다. 워크에식이 뛰어나고,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 하는 선수다.
이영하는 묵직한 강속구를 던지는 장신 파이어볼러로, 두산 왕조 시절 17승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몇 년 전부터 불펜 요원이 됐지만, 선발, 불펜,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한 투수다. 1군 355경기 802⅓이닝이라는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최원준, 이영하가 두산에 남는다면 김원형호 마운드 핵심 플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김원형 감독이 마운드 구상 단계에서 두 선수의 이름이 계속 떠올랐다는 건 선발, 불펜 어느 보직이든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 과거 베어스 투수코치 시절 김원형 감독이 직접 가르쳤던 투수라 더욱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이사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말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까. 김원형 감독의 취임 선물을 준비 중인 두산의 행보를 야구계가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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