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급 통 큰 마음씨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년 WBC에서 등번호 ‘51’을 문현빈(한화 이글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이정후는 2일 서울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뒤 취재진과 만나 내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51’을 문현빈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후는 문현빈과 같은 등번호 51을 사용한다. 엄밀히 말하면 1998년생 이정후가 2004년생 문현빈보다 훨씬 먼저 새긴 등번호다. 이와 더불어 국가대표팀은 통상적으로 선배에게 등번호 선택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이정후는 51을 문현빈에게 흔쾌히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후는 “사실 난 등번호 욕심이 진짜 없다”라고 운을 떼며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대표팀에서 등번호가 겹칠 경우 경험이 있는 선배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래서 사실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으면 원하는 번호를 못 달고 대표팀 생활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를 대표하는 번호를 달고 대표팀 경기에 나가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있다. 난 많이 해봤으니까 이번에는 (문)현빈이가 51을 달고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라며 “나 또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른 번호를 달고 뛰어보지 못할 거 같다”라고 통 큰 마음씨를 뽐냈다.
그렇다면 이정후가 원하는 새 등번호는 몇 번일까. 그는 “염두에 둔 번호가 있다. 만일 그걸 형들 가운데 누군가 달고 있으면 또 바꾸면 된다. 플랜B, C까지 다 준비해놨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7번을 원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건 (김)하성이 형이 달아야 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샌프란시스코 주전 중견수 이정후는 내년 WBC 류지현호의 핵심 전력이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 2년을 보낸 그의 경험이 대표팀에서도 십분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정후는 “아마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시범경기를 뛰고 대표팀에 합류할 거 같다. 1월 사이판 전지훈련 참가는 어렵다”라며 “어린 선수들이 최근 한일전을 통해 정말 큰 경험을 쌓았다. 아무 것도 모르고 3월 바로 도쿄돔에서 공을 던지면 긴장이 많이 될 텐데 만원관중이 들어찬 도쿄돔 한일전을 치르고 WBC에 나가게 된 게 크다고 본다. 친선경기라서 본 실력도 안 나왔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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