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의 작별 인사를 앞두고 토트넘이 마침내 숨을 돌렸다. 5경기째 이어지던 무승 악몽을 끊어내며 팀 분위기를 되살렸고 ‘캡틴’이 떠난 뒤 흔들리던 공격도 오랜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토트넘은 6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에서 브렌트포드를 2-0으로 제압했다. 공식전 5경기(2무 3패) 무승이었던 토트넘이 모처럼 안정된 경기력으로 홈 팬 앞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토트넘은 4-2-3-1을 가동했다. 최전방 히샬리송을 중심으로 콜로 무아니, 시몬스, 쿠두스가 2선에서 지원했다. 그레이–벤탄쿠르가 중원을 구성했고, 스펜스–반 더 벤–로메로–포로가 포백을 형성했다. 골문은 비카리오가 지켰다.

토트넘의 흐름은 초반부터 가벼웠다. 전반 25분, 승리의 문을 연 건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속도전이었다. 포로가 우측을 오버래핑하며 시몬스에게 공간 패스를 찔렀고, 시몬스는 박스 우측에서 컷백으로 연결했다. 반대편에서 쇄도한 히샬리송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최근 침묵하던 공격 라인이 모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 장면이었다.

전반 40분에는 추가골 기회가 있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포로의 크로스를 로메로가 반대편으로 방향만 바꿨고, 이를 콜로 무아니가 헤더로 마무리했지만 골키퍼 정면이었다.
토트넘은 결국 전반 43분, 이날 경기의 결정적 장면을 만들었다. 새롭게 영입된 시몬스가 스스로 공을 빼앗긴 뒤 즉각적인 압박으로 되찾아오며 반격을 전개했다. 폭발적인 드리블로 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환상적인 데뷔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이 2-0으로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후반전에도 토트넘의 공격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후반 9분 쿠두스의 왼발 슈팅과 후반 10분 히샬리송의 중거리 슈팅이 연달아 나왔지만 골문을 열진 못했다. 후반 17분에도 시몬스가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프랭크 감독은 후반 20분 벤탄쿠르 대신 팔리냐를 투입해 중원을 보강했고, 후반 29분에는 콜로 무아니를 빼고 오도베르를 넣어 측면에 스피드를 더했다. 토트넘은 후반 33분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스펜스의 패스를 받은 오도베르가 단독 찬스를 맞았지만 터치가 길어 골키퍼에게 걸렸다. 이어 쿠두스가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지만, 앞선 오도베르가 오프사이드였다는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브렌트포드의 반격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토트넘은 2-0 리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근 흔들리던 수비진 역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며 오랜만에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이 승리는 단순한 승점 3의 의미를 넘어선다. 토트넘은 최근 홈팬들의 거센 야유, 비카리오 논란, 로커룸 리더십 문제 등으로 내홍 수준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손흥민이 떠난 뒤 ‘리더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선수단 분위기도 급격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 라인의 조합, 수비 안정감, 미드필드 장악력까지 모두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가 간절했던 순간, 새로운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 토트넘은 10일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슬라비아 프라하전을 준비한다. 이날 홈구장에는 손흥민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방문한다. ‘레전드의 귀환’을 앞두고, 토트넘은 오랜만에 웃으며 그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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