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유종의 미'뿐이다. 마지막 경기를 앞둔 제시 린가드(33, FC서울), 그리고 그를 보내야 하는 김기동(53) 감독. 두 사람이 함께한 2년의 시간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 한 경기로 마무리된다. 상대는 멜버른 시티. 잡아야 한다. 그래야 이별이 아름답게 완성된다.
FC서울은 1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5-2026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페이즈 6차전에서 멜버른 시티를 상대한다. 서울은 2승 2무 1패로 4위, 멜버른은 3승 2패로 2위. 이날 결과에 따라 양 팀의 토너먼트 향방이 뒤집힐 수 있는, 말 그대로 '마지막 분기점'이다.
경기의 의미는 단순한 순위표에만 있지 않다. 서울의 캡틴 린가드가 이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지난 5일 FC서울은 "2025시즌을 끝으로 린가드와 작별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린가드는 팀의 재계약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고, 구단은 그의 헌신을 존중하며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경기 하루 전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린가드는 담담했다. 그는 서울에서의 2년을 "누구보다 치열했고, 무엇보다 행복했다"라며 돌아봤다.
그는 "한국은 피지컬이 강하고 빠른 리그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주장이라는 역할도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좋았던 순간을 묻자 린가드는 즉각 "강원전 4-2 역전승"을 떠올렸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난 시즌 홈 5연패", 축구 바깥의 최악의 순간으론 "전동 킥보드 사건"을 옅은 미소와 함께 언급했다.
떠난다는 발표 후 동료들의 반응도 들려줬다. "모두 와서 사진을 찍고, 유니폼에 사인을 받아갔다. 저는 선수들에게 '평생 가족'이라고 말한다.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는 사이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버밍엄 시티 등 다수의 영국 구단과 연결되는 '이적설'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가족이 가장 먼저다. 12월은 가족과 보내고, 1월쯤 결정될 것"이라며 이적시장 행보를 함께 지켜보자고 이야기했다.

김기동 감독 역시 린가드와의 마지막을 앞두고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처음 린가드를 봤을 때 가슴이 뛰었다. 한국에서 이런 레벨의 선수와 함께할 기회는 거의 없다. 처음엔 티격태격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심전심'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 감독은 "조금만 더 함께했다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은 안정적인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점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린가드를 향한 신뢰도 감추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는 내일 분명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옆에서 선수들도 많이 도와줄 것이다. 지난 경기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25일 상하이 하이강 원정 경기에 나섰던 린가드는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3-1 승리를 직접 이끌었다.

린가드는 서울에서의 생활,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묻자 "행복하지 않았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너무도 행복했다. 행복도 행복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팀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린가드는 "경기 후 울지 안 울지는 모르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는 떠날 때 울었다. 저는 서울에서도 그 정도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눈물이 흐를지, 안 흐를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를 더 오래 지도하고 싶었다"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린가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인지, 경기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마지막 하루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10/202512101302770341_6938f6432cb5c.jpg)
서울은 멜버른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린가드의 마지막이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고, 김기동 감독의 ACLE 도전도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계속된다. 그리고 팬들 역시, 두 시즌 동안 팀의 중심이었던 '린가드의 서울'을 웃으며 떠나보낼 수 있다.
오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린가드와 서울이 서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 그리고 그 인사를 승리로 채워 넣을 수 있을지, 이제 90분만 남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