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새로운 7번 사비 시몬스(22)가 '전설' 손흥민(33, LAFC)이 보는 앞에서 펄펄 날았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3승 2무 1패, 승점 11을 기록하며 9위로 점프했다. 그 덕분에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8위 진입 희망을 되살렸다.


시원한 대승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26분 상대의 자책골로 일찍 리드를 잡았다. 코너킥 공격에서 나온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헤더가 상대 수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5분엔 모하메드 쿠두스가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시몬스가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후반 33분 상대 수비 발에 무릎이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시몬스는 골키퍼를 속이며 득점해 3-0을 만들었다.


직전 경기 브렌트포드전에서 토트넘 데뷔골을 넣은 뒤 2경기 연속 득점을 올린 시몬스. 그는 공식 POTM(Player of the Match)도 거머쥐었다. UEFA 테크니컬 옵저버는 "시몬스는 강한 카운터 압박으로 압박 강도를 높였고, 공을 갖고 있을 때 효과적으로 맨투맨 압박을 벗겨냈다. 그는 뛰어난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며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라고 칭찬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시몬스에게 평점 7.5점을 줬다. 매체는 "골이 자신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놀랍다. 시몬스는 오늘 밤, 특히 슬라비아 수비진을 향해 돌진할 기회를 잡을 때마다 매우 날카로웠다.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두 경기 연속 득점을 올렸다"라고 평가했다.
마침내 부진을 털어낸 시몬스도 활짝 웃었다. 그는 'TNT 스포츠'를 통해 "팬들과 함께 홈에서 또 한 번 승리해 정말 기쁘다. 우린 계속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정말 기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건 항상 즐겁다. 난 지금 내 꿈을 즐기고 있다"라며 "전반전에 찬스가 있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다행히 후반전에 두 골을 넣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시몬스는 "첫 번째 페널티킥을 차고 싶었는데 쿠두스가 왔다. 두 번째 페널티킥은 정말 차고 싶었다. 로메로가 내게 공을 줘서 기뻤다"라며 "기복 없는 활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경기, 두 번의 승리다. 이번 주말 노팅엄과 경기는 쉽지 않을 거다.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활약이기에 더욱 값졌다. 시몬스는 지난 8월 라이프치히를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 당시 그는 "손흥민은 이 등번호로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클럽에서 사람들이 손흥민을 대하는 방식과 팬들이 손흥민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몬스는 "모두가 손흥민을 사랑한다. 바라건대 나도 등번호 7번과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큰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난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준비가 됐다"라며 토트넘 7번으로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손흥민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 시몬스다. 토트넘 7번의 아이콘인 손흥민은 이날 LAFC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통해 토트넘 고별전을 치렀고, 그대로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영국 현지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손흥민은 다시 런던을 찾아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고, 이번 방문으로 꿈을 이뤘다. 토트넘은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까지 제작했다. 경기장에 나타난 손흥민은 킥오프를 앞두고 팬들에게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고, 이후 시몬스를 비롯한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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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