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엔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는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른다. 황희찬(29, 울버햄튼 원더러스)이 아쉬운 빅찬스미스를 기록하며 팀의 리그 9연패를 막지 못했다.
울버햄튼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서 아스날에 1-2로 패했다. 두 차례 자책골에 발목을 잡혔다.
홈팀 아스널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빅토르 요케레스-부카요 사카, 데클란 라이스-마르틴 수비멘디-에베레치 에제, 피에로 인카피에-윌리엄 살리바-위리엔 팀버-벤 화이트, 다비드 라야가 선발로 나섰다.


원정팀 울버햄튼은 3-5-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황희찬-예르겐 스트란 라르센, 데이비드 묄레르 올페-라디슬라프 크레이치-안드레-주앙 고메스-맷 도허티, 토티 고메스-에마뉘엘 아그바두-예페르손 모스케라, 샘 존스톤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울버햄튼이 한 번의 역습으로 선제골을 터트릴 뻔했다. 전반 27분 황희찬이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질주했다. 세트피스 기회에서 높이 올라가 있던 아스날 수비들이 빠르게 따라붙었고, 황희찬은 수십 미터를 질주해 박스 안까지 들어간 뒤 슈팅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워낙 먼 거리를 달려가긴 했으나 터치 선택과 마지막 슈팅에 아쉬움이 남았다.
황희찬은 위험한 태클로 퇴장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후반 14분 공을 쫓아가다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공 대신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와 충돌하고 말았다. 깊은 태클이었기에 비디오 판독(VAR)까지 거쳤으나 마지막에 발을 접은 덕분인지 옐로카드로 끝났다.
울버햄튼은 후반 25분 자책골로 허망하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사카가 올린 코너킥이 존스톤 손과 골대에 맞은 뒤 다시 존스톤 몸에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황희찬은 후반 35분 존 아리아스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리드를 잡은 아스날은 잠그기에 나섰지만, 울버햄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5분 톨루 아로코다레의 극장골로 1-1 동점을 만든 것. 하지만 마지막 순간 웃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모스케라가 사카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다가 자기 골문 안으로 넣어버리면서 또 자책골을 헌납했고, 경기는 그대로 울버햄튼의 1-2 패배로 끝났다.

아직 시즌은 절반 넘게 남았지만, 강등의 공포에 직면한 울버햄튼이다. 울버햄튼은 개막 후 16경기에서 2무 14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유일의 무승 팀이다. 순위도 당연히 20위 최하위다.
이제 울버햄튼이 살아남으려면 기적을 써야 한다. 스포츠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현 시점 울버햄튼의 강등 확률은 무려 99.24%에 달한다. 생존 마지노선인 17위(노팅엄)과 승점 차는 13점에 달한다.
'허니문 효과'도 전혀 없다. 울버햄튼은 지난달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경질한 뒤 울버햄튼 출신이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미들즈브러를 이끌고 우승 경쟁을 펼치던 지도자 롭 에드워즈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그러나 에드워즈 감독 부임 후에도 무기력한 5연패를 기록 중이다.
울버햄튼으로선 19위 번리(승점 10)를 따라잡을 걱정부터 해야 하는 상황. 이대로라면 2007-2008시즌 더비 카운티가 세운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소 승점 기록(11점)을 갈아치우는 굴욕을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장 다음 경기 브렌트포드전에서 승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크리스마스까지 가장 적은 승점을 획득한 팀으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 축구 유일의 프리미어리거 황희찬이 사실상 강등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로서도 큰 악재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인 황희찬은 한국 축구에서 대체하기 힘든 저돌성을 갖춘 자원이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극장 역전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소속팀에서 부침을 겪을 때도 대표팀에선 꾸준히 활약을 보여줬던 황희찬이다.
'디 애슬레틱'도 황희찬을 홍명보호의 핵심으로 짚었다. 매체는 "대표적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면서도 "하지만 여기엔 큰 가정이 필요하다. 한국이 홈 어드밴티지를 살려 아시아 최초로 4강 신화를 작성했던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그에겐 이강인과 황희찬의 활약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황희찬과 울버햄튼의 부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14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만을 기록했다. 지난 8월 말 에버튼전 득점 이후 3달 반 동안 침묵 중이다. 강팀들의 뒷공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황희찬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2부로 추락한다면 홍명보 감독의 고심도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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