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가야한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2024시즌 KBO 리그의 총아였다. 강력한 파워와 타격의 정교함에 그치지 않았다. KBO리그 최강의 스피드까지 인정받았다. 3루수로 30개의 개인 최다 실책이 나와 완벽한 5툴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비력도 후반에는 좋아져 5툴 플레이어라 불리워도 손색없었다. 천재타자였다.
3할4푼6리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OPS 1.067의 압도적 성적을 내놓았다. 7년만에 통산 12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메어지리그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프리미어 12대회에서도 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국제용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이정후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따라왔다.

22살 야구천재의 등장에 팬들은 눈호강을 했다. 1990년대 이종범 야구를 경험했던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정면승부를 걸면 안타 아니면 장타로 두들긴다. 기습 번트안타도 성공시키고 거르면 발로 득점권에 진출했다. 이종범의 완벽 재림이었다. 김도영이 출전하는 야구장에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프로야구 최초 1000만 관중 달성의 기폭제였다.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2025시즌 3월23일 키움과의 개막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련의 시작이었다. 안타를 때리고 2루까지 넘보는 주루플레이를 하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그레이드1 손상 판정을 받았다. 한 달만에 복귀해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며 정상 복귀를 알렸으나 도루를 하다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레이드 2 손상 판정이었다.
후반기에 다시 돌아왔다. 팀의 후반기 공략의 주역으로 활약을 기대받았으나 6일만에 송구를 하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한 선수가 한 시즌에 세 차례 햄스트링 부상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22살의 한창 나이에 선수생명까지 위태로울 있다는 잿빛 전망이 나왔다. 팀은 디펜딩챔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2026년 WBC 대회를 앞두고 김도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회복 기대와 동시에 물음표도 담겨있다. 건강한 김도영이라면 할 일이 많다. 당장은 난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10연패(1무)를 끊어야 한다. 김도영이 안현민과 함께 라인업에 있다면 확실히 타선은 강해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승에서 8위로 추락한 KIA의 반등 여부도 걸려있다. 건강해야 빅리그행도 탄탄대로가 된다. 모두가 희망하는 반등이다.

의학적인 전망은 나쁘지는 않다. 미국 전문의까지 자문을 의뢰해 젊기에 100% 스피드를 회복할 수 있다는소견을 받았다. 의학적인 치료는 마쳤고 재활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전중에 모두 부상을 당했다. 실전에서 증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전히 강한 물음표가 붙어있다. 관건은 실전에서 스피드 100% 회복 여부다.
파워와 정교한 타격은 증명했으나 특유의 스피드가 담보되지 않으면 간판타자로 자리할 수 없다. 도루를 포함해 폭발적인 주루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재는 타격과 수비 등 가벼운 기술 훈련을 펼치고 있다. 일단 1월초 열리는 WBC 대표팀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 들었다. 훈련을 지켜보고 WBC 최종발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우선 순위는 완벽한 회복이다. 의욕과잉을 피해야 한다. 김도영은 SNS를 통해 "욕이라도 해달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잦은 부상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치며 관심도 크게 줄었다. 특유의 야생마 같은 성격상 미친듯이 뛰고 싶을 것이다. 아직은 어린 선수이니 현재의 능력치를 뛰어넘는 의욕은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주변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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