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코미디언 박나래가 침묵을 깨고 직접 대중 앞에 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명도, 구체적인 사과도 없는 채 “법적 절차에 맡기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없는 만 못한 해명”, “마지막 골든타이밍마저 놓쳤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박나래는 16일 유튜브 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을 통해 공개된 2분 23초 분량의 영상에서 “최근 제기된 사안들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과 피로를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모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 8일 만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는 “이 문제들로 인해 제가 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며 “더 이상 제작진과 동료들에게 혼란이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던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나래는 “현재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개 발언이나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사안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로부터 폭언·특수상해·상시 대기·개인 심부름 등 이른바 ‘갑질’ 의혹과 함께 대리처방, 불법 의료 시술, 진행비 미지급 등의 폭로를 당했다. 논란은 ‘주사이모’, ‘링거이모’를 통한 불법 의료 행위 의혹, 1인 기획사 미등록 문제, 전 연인을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고 회삿돈을 송금했다는 의혹까지 확산됐다.
박나래 측은 앞선 입장문에서 전 매니저들이 퇴사 후 과도한 금전 요구를 했다고 반박하며 공갈 혐의로 맞고소했고, 불법 의료 의혹에 대해서도 “의료인에게 왕진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 매니저 측이 “합의는 없었다”며 추가 폭로와 법적 대응을 이어가면서 논란은 오히려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나래가 직접 등장해 입장을 밝힌 영상은 대중에게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된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사과도 해명도 없는 입장문은 의미가 없다”,
“법적 절차를 말하기 전에 최소한의 설명은 했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말하겠느냐, 골든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말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 “감정적인 해명보다 절차를 따르겠다는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 “사실 여부는 수사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며 박나래의 침묵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만 비판 여론의 공통된 지점은 “대중을 향한 태도”였다. 오랜 시간 예능을 통해 사랑받아온 방송인인 만큼, 법적 책임과 별개로 대중이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설명과 공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 영상 이후로는 관련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는 선언은, 오히려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닫아버린 인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박나래의 활동 중단 이후 방송가에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구해줘! 홈즈’,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하차했고, 공개 예정이던 ‘나래식’, MBC 신규 예능 ‘나도신나’와 ‘팜유트립’ 역시 제작이 전면 취소됐다.
서울경찰청은 박나래 사건과 관련해 “박나래가 피소된 건이 5건, 박나래 측에서 고소한 건이 1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박나래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여론의 시험대 위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중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입장은 과연 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되돌릴 수 없는 타이밍을 놓친 결정이었을까.
/ssu08185@osen.co.kr
[사진] OSEN DB,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