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선택은 끝까지 같았다. 손흥민(33, LAFC)과 토트넘 홋스퍼의 관계는 유니폼이 바뀐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은 선택지에 없었다"는 손흥민의 고백과, 구단이 추진 중인 첫 동상 프로젝트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토트넘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남지 않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택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토트넘을 존중했고, 토트넘을 상대하는 일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잉글랜드에서는 오직 토트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선택지를 넓히기보다, 한 클럽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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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시점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였다. 손흥민은 빌바오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 밤을 "토트넘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항상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퍼즐을 맞추는 과정 같았는데 마지막 조각이 늘 없었다"라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국 그 조각을 찾았다"라고 돌아봤다. 완성의 순간이, 새로운 도전을 떠올리게 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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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충동적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상의했고, 결승전 이후 구단에 직접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토트넘 역시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공식적인 이별은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이뤄졌다. 손흥민은 "떠나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 그만큼 클럽을 사랑했다"라며 "내가 남는 것이 팀과 나 모두에게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별 이후에도 구단의 행보는 손흥민의 레거시를 현재진행형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 '스퍼스웹'에 따르면 토트넘은 홈구장 외부에 구단 역사상 첫 동상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헌정 인물 선정에는 팬 자문위원회(FAB)가 참여하며, 팬들의 의견이 핵심 기준이 된다. 구단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팬들의 기억과 감정을 기준으로 상징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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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최첨단 시설을 갖췄지만, 구단의 역사와 정체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단은 최근 '빌 니콜슨 게이트'를 재설치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에 나섰고, 동상 프로젝트 역시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토트넘은 최근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를 공개하며 그의 레거시를 구단 역사 한가운데에 배치했다.
손흥민은 2015년 입단 이후 10시즌 동안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역대 득점 5위다. 주장으로서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푸스카스상을 동시에 거머쥔 유일한 아시아 선수이기도 하다. 기록과 상징성, 그리고 팬들의 기억까지 더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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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다큐멘터리에서 "토트넘은 언제나 내 집"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팬들과 함께, 구단의 상징을 누구로 남길지 논의에 들어갔다. 서로를 향한 선택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다큐멘터리의 고백과 동상 제작 추진은, '서로 죽고 못 사는' 관계가 여전히 현재형임을 보여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