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둬야 하는 걸까. FC서울과 작별한 제시 린가드(33)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복귀설에 휩싸인 가운데 영국 현지에선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웨스트햄 팬 커뮤니티 '더 웨스트햄 웨이'는 19일(한국시간) "웨스트햄은 오는 1월 린가드를 영입하자는 제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클럽이 자유계약(FA) 영입으로 과거 임대생이었던 린가드를 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클럽에서 놀라운 임대 기간을 보냈던 그와 왜 연결되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건 5년 전 일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역시 노쇠화다. 린가드는 1992년생인 만큼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전성기 시절과 같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까지 유럽에서 활약하던 선수도 아니기에 의심의 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더 웨스트햄 웨이는 "린가드는 더 이상 젊어질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때 완전히 무너졌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이 리그에선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활약이 갑자기 린가드를 매력적인 선수로 만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린가드, 추억은 고맙지만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거 같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린가드는 한국 축구와 작별한 뒤 다음 행선지를 찾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인 그는 지난해 서울에 전격 입단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린가드의 깜짝 K리그행을 두고 처음에는 의심의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서울에 잘 녹아들며 데뷔 시즌 26경기 6골 3도움을 올렸다.
무엇보다 린가드는 뛰어난 실력과 모범적인 태도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25시즌엔 주장 완장까지 차고 팀을 이끌며 활약을 이어갔다. 리그 34경기에 출전해 10골 4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처음으로 단일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서울 구단은 린가드와 동행을 이어가고 싶어 했으나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 붙잡지 않았다.
결국 린가드는 멜버른전을 끝으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서울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공식전 76경기 18골 10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영국으로 돌아간 린가드. 그는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가능성은 미지수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나이인 데다가 연봉도 적지 않기 때문.
그러던 중 웨스트햄과 린가드가 접촉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린 스트리트 해머스(GSH)'는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웨스트햄은 린가드를 데려올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고 전했다. '클라렛 앤 휴' 역시 린가드와 매우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대화를 나눴다며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린가드가 과거 웨스트햄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던 만큼 일각에선 기대감도 나왔다. 그는 2020-2021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임대로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었고, 프리미어리그 16경기에 출전해 9골 5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 덕분에 웨스트햄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GSH는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심지어 가짜 9번까지 소화할 수 있는 린가드의 다재다능함은 웨스트햄에 귀중한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 웨스트햄의 1월 최우선 과제는 이번에도 공격수다. 린가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남긴 유산과 웨스트햄 시절 활약을 고려하면 그의 복귀는 의심할 여지 없이 흥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금 시점에서 린가드를 영입하는 건 과거의 향수에 젖어 값싼 선택지로 도박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웨스트햄은 리그 18위로 강등권인 만큼 확실한 전력 보강이 필수다.
'웨스트햄 뉴스'는 "린가드 영입 움직임은 웨스트햄 수뇌부, 특히 구단주 데이비드 설리번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추가 투자 없이 린가드로만 승부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라며 "린가드는 한때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였다. 다만 현재에도 그런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다른 대안을 요구했다.

웨스트햄이 린가드 영입에서 발을 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해머스 뉴스'는 웨스트햄 구단이 린가드 측과 접촉한 건 맞지만, 논의 단계에서 끝났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웨스트햄 이사회 대변인은 "서로 다른 세 명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린가드를 구단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구단주 측 핵심 인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경로로 제안이 들어왔지만, 현 시점에서 린가드는 우리의 옵션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머스 뉴스는 이를 근거로 린가드의 웨스트햄 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석했다. 팬들 역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과거의 임팩트는 인정하지만, 칼빈 필립스 사례에서 보듯 프리미어리그를 오래 떠났다가 다시 적응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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