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스토브리그를 관통하는 가장 뚜렷한 흐름 가운데 하나는 사령탑의 연쇄 이동이다. 단순한 세대교체나 일부 팀의 변화가 아니라 리그 판도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규모의 감독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026시즌 K리그1에 참가할 12개 구단 가운데 현재 사령탑이 공석인 팀은 네 곳이다. 우승팀 전북 현대를 비롯해 울산HD, 제주SK 그리고 최근 이정효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광주FC까지 포함된다. 이들 구단의 선택 과정에서 현직 K리그1 감독의 추가 이동 가능성도 열려 있어 감독을 새로 찾아야 하는 팀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구단은 저마다의 환경과 목표에 맞춘 기준을 세워 차기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다. 다만 하마평에 오르는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분모도 분명하다. 전술 완성도와 선수 육성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명확한 지도 철학, 그리고 구단과 선수단을 유기적으로 잇는 조화로운 리더십이다. 단기 성과뿐 아니라 중장기 구조를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정수(50) 전 제주SK 감독대행의 이름이 눈에 띈다. 김정수 감독은 올 시즌 막판 제주의 강등 위기를 수습하며 단숨에 유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시즌 중반 패배주의에 빠져 추락하던 팀을 맡아, 선수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되살리며 극적인 잔류를 이끌어냈다.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킨 과정 자체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정수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지도력을 검증받은 인물이다. 2018년 U-16 대표팀 감독으로 아시아 챔피언십 4강에 올랐고, 2019년에는 FIFA U-17 월드컵에서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이는 한국 축구 연령별 대표팀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13세부터 2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을 두루 지도한 경험도 김 감독의 강점이다. 선수 육성과 더불어 잠재력 있는 자원을 발굴하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제주SK에서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을 맡았을 당시에도 과거 대표팀에서 그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었다.


제주SK는 현재 서너 명의 지도자를 최종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에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기여한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도 포함돼 있다. 후보군에서 국내 지도자는 김정수 감독이 유일하다.
김정수 감독을 향한 관심은 제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정효 감독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광주 역시 차기 사령탑 후보로 김 감독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효 감독이 전술 완성도와 선수단 장악력에서 리그 최상위권 평가를 받아온 만큼, 공백을 메우는 작업은 쉽지 않다. 다만 다음 시즌 목표가 생존과 잔류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큰 광주 입장에서는 강등 위기 탈출 경험을 지닌 김정수 감독의 이력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