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의 눈물이 이렇게 많았나. 은퇴를 선언한 황재균(38)이 눈물의 자필편지에 이어 눈물의 영상을 통해 20년 프로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전했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구단 공식 채널에 ‘지금까지 야구선수 황재균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지난 19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황재균과 마지막 인터뷰 영상이었다.
황재균은 은퇴 후 SNS를 통해 공개한 자필편지에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과 함께 눈물이 마르질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영상 속 황재균 또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눈물을 쏟더니 채널 PD를 향해 “조금만 있다가 하자. 잠깐만”이라고 직접 촬영 중단을 요청했다. 영상 중간에 “은퇴하면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좀 그렇다, 별로다”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감정을 다잡은 황재균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라고 운을 떼며 “나이가 들고 은퇴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계속 해왔다. KT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지만, 은퇴 고민을 많이 했다. 스스로 만족을 못 느낄 만한 성적을 내면서부터 고민을 했다. 그래도 1군에서 뛰면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FA 협상 과정에서 은퇴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은퇴 선언 후 감정을 묻자 “솔직히 말로 표현이 안 되지만, 많이 슬펐다. 그래도 30년 동안 야구했는데 그만두는 걸 결정했을 때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창피하게 은퇴하기 싫어서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KT 동료들은 황재균 은퇴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황재균은 “같이 KT에서 야구했던 고참들은 기사로 보게 하는 거보다 직접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어제 다 일일이 전화했다. 다들 지금까지 고생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황재균은 올 시즌 겉으로는 의연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프로야구 정상급 3루수 허경민의 합류로 인해 주전 도약 후 처음으로 정해진 자리 없이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충분히 그럴 법 했다. 그럼에도 프로답게 내색 없이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며 112경기 타율 2할7푼5리 7홈런 48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황재균은 “백업으로 시작했을 때 많이 힘든 나날을 보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백업으로 시작했지만,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경기(10월 3일 한화전)를 끝낼 수 있어서 그걸로 만족한다”라며 “아무래도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년 프로 생활의 마지막 경기였으니까. 솔직히 마지막 타석 홈런을 쳐서 끝내고 싶었는데 너무 욕심이 과했는지 땅볼이 나왔다. 2025시즌이 나로 마무리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했고, 너무 이기고 싶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든 선수가 그렇듯 아쉬움도 남는다. 황재균은 “1년만 더 100안타를 쳤으면 우타자 최초 15년 연속 100안타인데 그게 아쉽다. 하지만 스스로 야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거에 대해 난 정말 행복한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황재균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유산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훈, 오재일이 은퇴했고, 장시환은 방출을 당했다. 황재균은 “얼마 전에 (정)훈이가 은퇴하면서 그걸 알게 됐다. 훈이보다 4일 뒤 은퇴를 해서 그래도 마지막 유니콘스가 됐다”라고 웃으며 “수원에서 야구를 처음 시작했는데 그래도 수원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야구인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19일 은퇴와 함께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된 황재균은 “뭐든지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황재균으로 살아가야하데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열심히 살아야한다”라며 “KT 선수가 아닌 팬이 됐다. 지금도 어색하긴 한데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KT 팬으로 야구를 보는 걸 즐겨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생활을 마치고 2018년 KT 위즈에 입단해 무려 8년 동안 마법사 군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2021년 주장을 맡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우승 캡틴’이라는 타이틀도 새겼다.
황재균은 “여기에 와서 8년을 뛰었고 우승도 해봤다. 너무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팀이다. 좋은 기억을 갖고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함께한 동료들과도 8년 동안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 또 지금까지 야구선수 황재균을 응원해주신 KT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는 나도 팬으로서 함께 응원하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황재균은 끝으로 “내가 올해 39살인데 야구만 30년을 했다. 솔직히 야구는 인생의 전부였다”라며 “꾸준하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됐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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