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었다" 산낙지에서 주장 완장까지, 린가드가 기억하는 '서울의 기록'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2.23 12: 00

"내가 젓가락을 들지 않으면, 아무도 식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FC서울과의 동행을 마친 제시 린가드(33)가 한국에서 보낸 지난 2년을 돌아봤다. 낯설었고, 당황스러웠으며, 동시에 깊이 남은 시간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제시 린가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한국 생활과 이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매체는 "린가드는 한국 음식, 문화적 충격, 그리고 한층 성숙해진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며 서울에서의 시간을 조명했다.

린가드는 2023년 FC서울 입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을 거친 스타의 K리그행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데뷔 시즌 26경기 6골 3도움, 그리고 이듬해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리그 34경기 10골 4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커리어 최초의 단일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이었다.
서울은 재계약을 원했지만,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멜버른전 고별전을 끝으로 그는 서울을 떠났고, 공식전 76경기 18골 10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현재는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희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웨스트햄과의 접촉설도 있었지만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기억은 '문화'였다. 린가드는 "산낙지를 먹었다. 처음엔 솔직히 무서웠다. 그래도 결국 괜찮더라"라며 웃었다. 길거리에서의 반응도 인상 깊었다. 그는 "처음엔 놀라다가도 곧 '린가드'를 외치며 사진을 요청하더라. 에너지가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축구 외적인 충격도 있었다. 린가드는 "경기 후 팬들이 버스를 한 시간 넘게 막았고, 감독이 직접 나가 대화했다. 정말 강렬했다"라며 이른바 '버막' 장면을 언급했다. 이어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큰 클럽이다. 난 항상 서울을 맨유에 비유했다. 늘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서울행의 배경도 털어놨다.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힘든 시기에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처음엔 당황했다. 서울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면서도 "맨체스터의 소음과 유혹에서 벗어나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K리그의 환경은 낯설었다. 린가드는 "눈이나 얼음 때문에 훈련을 못 하는 날이 있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인조잔디를 뛰어야 했다. 어떤 날은 경기장 절반이 얼어붙어 한쪽에서만 플레이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서울을 특별하게 만든 건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함께했던 통역사와 동료들을 언급하며 "처음부터 잘 맞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고, 감독도 시간이 갈수록 직접 영어 단어를 쓰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 동료 함선우와의 인연은 각별했다. 린가드는 "그는 영어를 못했지만, 에너지가 좋았다. 우리는 번역기를 쓰며 대화했고, 서로의 언어를 배웠다. 나중엔 통역 없이도 함께 저녁을 먹으러 다녔다"라고 했다.
문화적 차이에서 가장 놀랐던 순간도 솔직히 전했다. 그는 "연장자인 내가 먼저 먹기 전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더라. 내 음식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젓가락을 들지 않으면 그들은 영원히 못 먹는 상황이었다. 정말 충격이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린가드는 서울과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고별전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맨유를 떠날 때도 그랬다. 사람들과 깊은 유대를 쌓았기 때문"이라며 "서울에서의 2년은 자랑스러운 시간이다. 나는 이곳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그의 커리어에서 잠시 머문 정거장이었지만, 린가드에게는 분명 오래 남을 이름이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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