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리버풀전 퇴장으로 팀에 폐를 끼친 '토트넘 홋스퍼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27)가 추가 징계 위기에 놓였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 공식 대변인 계정 'FA Spokesperson'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의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12월 20일 토요일 리버풀과 프리미어리그 경기 이후 기소됐다"라고 발표했다.
FA는 "로메로는 93분 퇴장당한 뒤 경기장을 신속하게 떠나지 않고, 심판에게 대립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행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2026년 1월 2일 금요일까지 응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로메로는 지난 21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당시 토트넘은 전반전 사비 시몬스의 다이렉트 퇴장에도 불구하고 1-2까지 따라붙은 상황이었지만, 추가시간 로메로까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그대로 패배했다.

특히 로메로는 수비 과정에서 반칙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반칙으로 퇴장당했기에 더 비판받고 있다. 그는 리버풀 센터백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공중볼 경합 도중 밀려 넘어지면서 엉켰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었지만, 성질을 참지 못하고 코나테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한 것.
경기 후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로메로가 받은 첫 번째 옐로카드에 대해 항의하며 "두 번째 경고는 두 명의 큰 선수들이 경합하는 걸 봤다. 코나테가 로메로에게 돌진하며 부딪쳤다. 반칙이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로메로가 순간 욱하면서 황당한 플레이로 퇴장당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LAFC로 떠난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지만,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기는커녕 여전히 자기 성질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로메로의 카드 관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매 시즌 거친 반칙과 불필요한 플레이로 지적받아왔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43경기를 뛰면서 경고 40장, 경고누적 퇴장 4회, 다이렉트 퇴장 1회를 기록 중인 로메로다.

다시 한번 퇴장 징계로 자리를 비우게 된 로메로. 일단 그는 29일 열리는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 경기 결장이 확정됐다. 어이없게 수비진과 팀의 리더를 잃게 된 토트넘이다.
게다가 로메로는 FA에 기소되면서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생겼다. FA 판단에 따라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추가 출장정지 처분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엔 내년 1월 브렌트포드 원정과 안방에서 열리는 선덜랜드전에도 못 뛰게 될 수 있다.
박싱데이를 앞두고 로메로가 빠진다면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토트넘은 최근 부진이 깊어지면서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토트넘은 리그 17경기 6승 4무 7패(승점 22)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하루빨리 흐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로메로마저 없다면 여기서 더 미끄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영국 현지에서도 로메로를 주장직에서 내려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그는 지난 8월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지만, 책임감 있게 팀을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화 없이 팀을 하나로 만들었던 손흥민과 달리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

앞서 로메로는 경기 종료 후 팬들 앞에 서지 않아 의문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토트넘 내부 소식에 능통한 폴 오키프는 "로메로는 그냥 영어가 서투른 거 같다. 토트넘에는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 요즘 시대엔 뒤떨어진 얘기라고들 하지만, 성공하는 팀엔 리더가 있다. (부주장인) 굴리엘모 비카리오는 남 탓만 하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미키 반 더 벤, 제드 스펜스가 프랭크 감독을 패싱하고, 선수들과 팬들이 충돌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토트넘이다. 경기 중 무책임한 퇴장뿐만 아니라 팀 기강이 흔들리는 점에서도 로메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알렉스 크룩 기자는 로메로를 향해 '토트넘이 망가진 이유를 보여주는 모든 것'이라는 따끔한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풋볼 팬캐스트' 역시 "로메로는 시한폭탄이었다. 그가 팀원들에게 침착함과 진정 효과를 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우승으로 이끌며 클럽의 트로피 가뭄을 끝냈다. 로메로는 아마도 그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을 차기엔 잘못된 후보였을지도 모른다"라며 로메로를 주장에서 해임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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